한 줄 오두막 편지

가끔 누가 등을 치듯이 아파 눈물이 납니다.

더불어 숲 2024. 11. 6. 17:36

 

 

당신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고통 없이 편안하게 가셨다고, 한 줌 재로 잠드신 자리가 햇살이 바르고 아늑하다고, 묘지를 감싼 소나무 숲이 참 좋다고, 그렇게 남은 사람들이 말은 하지만 죄스러운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며 위로하는 자기 위안일 뿐인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슬픈 것은 홀로 삼 남매 키우려고 검소하고 소박하게 사시며 마음고생 몸고생 애썼던 그 세월이 슬픕니다.

남아 있는 자식새끼들은 삼시세끼 밥 꼭꼭 찾아 먹으며, 다행이다 다행이다 서로 위로하며, 슬픔이 조금씩 가라앉아, 이래도 되나 싶다가 생전의 추억 어느 말 한마디에 툭 하고 눈물이 나고, 장례식 조문객과 웃으며 말을 나누다가 '혼자 고생 많이 하셨다.' 그 말 한마디에 갑자기 명치를 때리며 툭툭 눈물이 떨어집니다.

장모님 당신 생각과 오래전에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생각이 겹쳐서 눈물이 나고, 잘못한 것 못해 드린 것만 꼭꼭 생각이 나 또 슬퍼집니다.

마지막 인사인 줄도 서로 모른 채, “박서방겨우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불러주실 때 다정하게 손이라도 더 잡아드리고 눈이라도 오래 맞춰드렸으면 내 마음이 덜 아팠을까요.

장모님 유전인자 한 부분을 간직한 외손녀가 어느 사이 아이 엄마가 되어, 18개월 외증손녀의 손을 잡고 당신 영정 앞에서 눈물을 흘립니다.

철없이 꺄르르 까르르 웃으며 당신의 장례식장을 뛰어다니고 있는 어린 증손녀 속에는 당신의 생명과 나와 아내 그리고 우리 딸 부부의 생명이 담겨, 돌아가신 장모님 당신을 위로하고 살아있는 우리에게 웃음을 주며 위로해 주네요.

외손녀에게 '할아버지를 한번 안아줄래' 했더니 내 품에 안겨 뺨에 뽀뽀를 해줍니다. 내려보시며 마음속으로 하신 말씀대로 잘 살고 잘 키우겠습니다.'

운구차 떠나는 이른 아침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더니, 당신이 잠들 한 뼘 땅에 묻을 땐 따듯한 햇살이 선물처럼 내려앉았습니다.

잠드신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스님께 49재를 부탁드리고 절 마당에 서서 멀리 금성산을 바라봅니다.

2024112, 운람사 절 마당에도 단풍이 들기 시작합니다.

한 계절이 가고 또 다른 계절이 오려고 하는 11월 초순입니다.

 

2024112일 늦은 밤, 사위 박영오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