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오두막 편지

문득, 암자 하나.

더불어 숲 2025. 2. 6. 06:50

 

 

오두막 화실에서 밤새 내린 눈을 핑계로 한파주의보 내린 날씨 덕분에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그래 넌 그래도 돼, 배고프면 밥 챙겨 먹듯이 쉼도 그렇게 챙겨도 되는 거야. 나 자신을 토닥토닥.
아니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게 아니지, 책 읽거나, 그게 지겨우면 일어나 앉아 먼산 보고, 기억의 저장고에서 추억 하나 끄집어내어 생각에 잠기거나......

매서운 추위를 맨몸으로 맞서고 있을 속리산 관음암이 문득, 먹 갈아 붓을 들어 너를 그리고 나를 위로한다.

여기 오두막 화실 창밖에도 매서운 겨울 바람이 일고, 홀로 푸른 소나무 겨울을 견디고 있다.

 

남녘 어디에서는 철 모르는 동백꽃이 폈다는 소식 전해 오는 데, 스스로 격리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곳, 속리산 바위틈 사이 벼랑 끝에 매달린 관음암. 한 겨울 눈 가득한 이 겨울에 문득 가슴이 시려온다.

 

2025년 2월 초순. 박영오 글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