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오두막 편지

그리움은 그림으로 친구하고 외로움은 글로 달래며

더불어 숲 2025. 2. 19. 05:59

 

 

 

설 연휴 끝자락에 아들 내외가 서울로 떠나가고 하룻밤 머물던,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황토방 청소를 마저 마쳐놓고, 따듯하게 커피를 내려서 먼 산을 바라보는 데, 그리움인지 외로움인지 모를 그런 센티한 감정이 스멀스멀 기어오릅니다.

외로움의 냉기를 몰아내듯 밤새 꺼진 난로에 불을 붙이고 황토방 아궁이에는 다시 군불을 든든하게 지폈습니다.

귀찮고 번거로움을 화목 장작을 아껴야지 그런 핑계로 미적거리다가, 이렇게 춥고 눈 오는 날에 방이라도 따듯해야지, 냉기 따라 스멀스멀 올라오는 외로움인지 그리움인지 구별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을, 불 지펴 따듯한 온기로 날려 보내야지 했습니다.

외로움은 이런 일 저런 사람으로 치유될 수 있지만, 그리움은 오직 그리움의 대상 그 한 사람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고 하던데, 지금 나의 감정은 외로움과 그리움이 뒤섞인 그런 마음인지 텅 빈 가슴에 서늘한 겨울바람이 지나갑니다.

아내는 이런저런 준비로 시내 아파트에 내려가 있고 혼자 오두막 화실을 지키고 있는데, 저녁 무렵부터 시작한 눈이 밤새 또 내립니다.

마당에는 외등을 밝히고 방안마다 불을 환하게 밝혀 외로움을 쫓고, 잔뜩 불 지펴 구들장에 뜨겁게 해 봐도 그리움은 여전하고, 아무리 불을 밝히고 온돌방을 덥혀도 외로움인지 그리움인지 모질게 달라붙어 떠나질 않습니다.

글쎄요, 내게 외로움과 그리움이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이라면, 이왕 같이 가야 한다면 어르고 달래며, 그리움은 그림으로 벗하고 외로움은 글로 친구하며 평생 손잡고 같이 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 까짓것 어르고 달래고 친구 하며 같이 가지 뭐.

 

2025년 2월 중순. 박영오 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