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응진전 여름 - 박영오 작 (2014년 여름)
가끔 내가 나이 들어가는 것을 모르고 사는 것 같습니다.
모처럼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자리가 없어서, 마침 경로석이 비워 있어서 노인어른이 탈 때까지 앉아서 가자 싶어 경로석에 앉았는데, 자꾸 불안해집니다.
피곤해 앉았지만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 자리가 영 불편했습니다.
이미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비워두고 가는 것도 참 이상하고, 노인어른이 오면 자리를 양보해드리려고 시선이 자주 출입문 쪽으로 갑니다.
마침 적당한(?) 노인어른이 타시기에 얼른 자리를 양보했더니, 그분은 웃으면서 같이 늙어 가는데 나 보고 앉아 가라고 합니다.
그 분이 보기에 내가 경로석에 앉아 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나이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내 나이를 새삼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마음은 늘 소년에 머물고 있는데......
(글 그림 박영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