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때로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지만, 사람의 됨됨이를 알려면, 열 번 수십 번을 만나보고 나서야 겨우 하나를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되지만, 요즘 다들 너무 쉽게 사람을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겨우 한 두 번 만나고 경험한 사람을 옳다 그르다 하며, 온전하지 못한 자신의 자(ruler)로 재고는 이렇다 저렇더라 단정적으로 말하더군요.
사람의 평가는 오랜 만남과 생활 경험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한 두 번 만나고 그 사람이 이렇더라 저렇더라 평가하는 것은 좀 이른 것이 아닐까요.
우리 같이 빈곤 빈약한 사람에게는 외모와 재력으로는 좋은 평가받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솔직히 요즘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그리 중요하지도 않고 별 관심도 없어지더군요.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혐오감을 주지 않는다면, 그냥 나답게 살아 가면 되지 뭐,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고, 이제는 몸에 밴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퇴직하기 전에, 대학교를 같이 다녔던 여자 동기생을 아주 오랜만에 교직원 연수 프로그램에서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별다른 인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친하게 지냈던 친구도 아닌데, 불쑥 이런 말을 하더군요. "대학 다닐 땐 솔직히 조금 찌질했던(?)것 같았는데, 친구들로부터 이런저런 좋은 소식 전해 듣기고 하고, 지금 다시 보니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말하더군요.
솔직히 그 말이 듣기 좋지도 않았고 기분도 상했지만 정색을 하면 더 찌질하게 보일까 봐 꾹 참았습니다.
글쎄요,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찌질한 데, 아마 그 동기생이 사람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이 외면에서 내면으로 옮겨갔거나,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오랜만에 만난 과거 찌질했던 대학 동기생에게 기분 좋으라고 인사치레로 해준 말일지도 모르지요.
나도 웃으면서 "너도 다 늙어서 이제야 철이 든 모양이구나"하는 소심한 말로 되갚아 주었습니다.
매번 등록금 걱정하며 술값 커피값 한번 제대로 내지 못했던 대학시절의 찌질했던 나는 여전히 자신의 노력으로 내 삶을 꾸려가려 하고 건전하게 밥벌이하고 있고 남에게 신세 지지 말고 내 힘으로 살아가자 그렇게 다짐하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하고 더러 남에게 신세 지거나 도움을 받으면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그 감사함을 그와 또 다른 사람에게 갚아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남들처럼 멋있게 살지는 못해도, 노력한다면 진솔하게는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 가족들 챙기며 건전하게 밥벌이하는 진솔한 삶, 그게 멋있게 보인다면 분명 제법 철든 사람일 테지요.
2024년 11월 19일. 박영오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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