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끝 해남 ‘미황사’에 가시면 대웅전 주춧돌을 꼭 한번 내려다보세요.
주춧돌에는 투박한 솜씨로 연꽃잎을 둘려놓고 그 사이로 아기 거북이가 기어오르고, 또 다른 주춧돌에는 게가 슬금슬금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하찮은 바다 미물도 부처님께 의지하려고 먼 길을 왔는가 봅니다.
해남 ‘미황사’에 가시면 대웅전 기둥을 안아보세요.
종교적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오래된 우리 문화재를 살펴본다고 생각하면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몇 백 년을 거친 바닷바람을 견뎌, 단청은 이미 빛바랜 지 오래고......
훤히 들어난 기둥 속살은 희디희고, 주름은 세월의 수만큼 겹겹이 쌓여있어 지나온 세월을 말해줍니다.
기둥머리 용두는 삿된 것은 얼씬도 하지 마란 듯 큰 눈을 부라리고 있지만, 그리 두렵지 않습니다.
빛바랜 단청으로 대웅전 희디흰 나뭇결은 흰 수염과 도포자락 휘날리는 큰 어르신을 보는 것 같아, 나도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1. 7.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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