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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떠나갈 채비를 합니다.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7. 11. 1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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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 청량산 응진전 - 박영오 (2017. 11)





11월 중순으로 향하는 깊은 가을입니다.
가을은 조금 조금씩 뒷걸음치고 겨울은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다가오는 계절입니다.
갑자기 초겨울 날씨처럼 변했습니다.
이젠 가을이라 말하기가 어색한 날들입니다.
내가 더위를 많이 타곤 해서, 여름을 남들보다 유난히 어렵게 보내곤 해, 여름 내내 가을을 기다려왔는데 이제는 가을이 떠나가려고 합니다.
계절로 봐서 아직 한해의 끝자락이 저 멀리 있지만, 마음에는 계절의 끝자락이 어렴풋 보이는 듯합니다.
또 이렇게 세월은 지나가는 가 봅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철이 더디 간다고 불평했는데, 이제는 언제 가을이 오나 애타게 기다렸던 그 시간들이 오히려 아쉽습니다.
그 시간 시간들이 다 흘러가는 세월인데, 지나고 나서 아쉬워합니다.
인간은 참 간사한 동물입니다.

11월 중순, 아침 일찍이 그림도구를 챙겨 청량산을 올랐습니다.
청량사 응진전 스님과 차 한 잔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 이야기 속에는 세속의 기름때가 끼여 있고 스님의 말씀에는 맑은 숲속의 기운이 담겨있습니다.
응진전을 화폭에 담고 다시 청량사로 향했습니다.
응진전에서 청량사까지 벼랑끝으로 난 숲길로 불과 20여분 거리인데, 청량사가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곳, 그 숲속에서 그저 11월 중순의 청아한 하늘을 바라보며 숲의 기운에 취해 그저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림도구는 아예 펼치지도 않고 하염없이 숲을 바라보고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가, 저녁 무렵 청량사를 거쳐 세속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11월 중순입니다.
가을과 겨울의 길목에 있는 시간입니다.
제법 두툼하게 입은 옷 속으로 서늘한 바람이 밀려옵니다.
피부로 전해진 서늘함이 마음으로 속에도 전해져 알 수 없는 서늘함이 가슴속에 채워집니다.
이 서늘함이 외로움으로 변하는 계절입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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