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절골 만추 - 박영오 작 (2016년 가을)
월요일이다 싶으면 벌써 주말이고, 새로운 달의 시작이 어제인 듯한데 11월 중순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루어놓은 일 하나 없이 그저 속절없이 세월만 보내고 그 세월을 또 아쉬워합니다.
하고싶은 일 해야할 일이 가득한데도 월요일이 되면 설레임보다는 이 한 주를 어떻게 보내지, 또 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지 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하루를 지겨워하면서도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합니다.
거울 속에 머리카락이 하얀 남자를 보고 저 낯선 남자는 누구일까 하는 착각이 들고, 작은 글씨가 갑자기 보이지 않아 눈을 부비고 손을 멀리 뻗쳐 책을 봐야하는 서글픔에 깜짝 놀랍니다.
이 늦가을, 서리 하얗게 내려쓴 들꽃도 여린 꽃을 피워 “나도 여기 있소” 하고 자랑하는데, 나는 그 꽃을 보고 깊은 허무감에 젖어있습니다.
나도 한번 드러내놓고 “나 여기 있소”하고 소리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리 내세울 것 없는, 늦가을 작은 풀꽃보다 못한 내 모습에 그냥 침묵하고 맙니다.
아무리 초라한 삶이라고 하여도 흔한 풀꽃보다야 낫겠지만 그래도 들꽃이 지는 이 가을의 끝머리에서 왠지 모를 허무감에 쌓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 씨앗처럼 내 마음 또한 이리저리 흩날립니다.
다투어 피던 가을 풀꽃들이 서리를 맞아 이제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꽃은 지기에 더 아름답겠지만 그래도 바라보는 이 마음은 허무합니다.
2017년의 늦가을, 마지막 들꽃이 지기에.......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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