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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의 일기를 그대로 옮겨봅니다. (캄보디아 화첩기행-1)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9. 3. 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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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화첩기행 - 앙코르와트 1  ( 2019.3. 엽서에 그림 )




캄보디아 화첩기행 - 앙코르와트 2 ( 2019.3 작은 화첩에 그림 )


캄보디아, 호텔 정원에서 스케치,  바삐 그린 그림들이라 작품성이 다소 떨어집니다.(2019.3.1~3.5)





" 아들아, 아직 자지 않을 것 같아 문자를 보낸다.
힘내자, 
아빠는 그저 너가 고맙다.
사랑한다. "

(2013년 3월) 당시 대학생이었던 아들에게 밤 늦은 시간에 문자를 보냈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며 준비하고 있을 아들에게, 그저 "아들 힘내자" 이 한마디였는데, 장문의 답이 왔습니다.
아들의 긴 문자를 보고, 늦은 밤 홀로 많이 울었습니다.
아들도 많이 힘들었는지 나의 문자를 보고 울었다고 합니다.
늦은 밤 우리 부자를 울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들의 문자를 그대로 옮겨봅니다.

아빠, 나는 언제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작은 것에도 감사해야할 줄 알아야 하는데.......
제가 가진 꿈들과 도전이 자꾸 꺾이고 꺾이다 보니 늘 힘들어 하고 걱정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늘 힘들어 하고 혹시 이대로 주저 앉아버릴까봐 걱정스러워 합니다.
매일 좌절하고 하루 하루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데 그렇다고 죽어라 노력 안하고 타성에 젖어있는 저 자신을 돌아보며 그 모습에 또 좌절하고 슬퍼합니다.
미래는 불안하기 그지 없고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거둔 번듯한 성과도 없고 아무것도 없이 하루하루가 힘들고 축축 처집니다.
목표도 흔들리고 열정도 용기도 없어 하루하루가 우울합니다.
쓸모 있는 사람 같지도 않아 저 자신이 밉습니다.
아빠 문자 보고 펑펑 울고나니 그래도 좀 나아졌습니다.
아무도 저를 믿어주지 않고 곁에 있어주지 않지만 제 곁을 지켜주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이 있어 감사합니다.
아빠, 사랑합니다.

아들 문자를 받고 한참을 눈물 글썽거리다가 답장을 보냈습니다.

아들아,
누구나 자신을 부족한 존재라고 여긴단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많이 후회하며 살아가지.
아빠도 그랬단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헤겔의 변증법 처럼 좌우로 비틀거리며 걷지만 목표만 뚜렷하다면, 신념만 굳다면 시간이 걸리더라고 결국은 도달한단다.
모든 사람들이 갈등하면서 안갯속을 헤치면서 살아간단다.
지금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아들아,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안개가 걷히고 길이 보인단다.
아들아, 힘내자.
갈등하더라고 쉬어가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걸어가보자.
아빠도 너와 같이 너의 곁에서 걸을게.
늦은 시간이다.
오늘은 아무런 생각말고 그저 쉬고, 내일은 좋은 날이 되자.
아들, 사랑한다.

6년 전, 2013년 3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며 고민하고 갈등하던 아들과 어느날 주고 받은 문자를 그때 쓴 일기장에서 그대로 옮겼습니다.
옮기며, 그 당시 힘들어 하던 아들이 생각이나 또 눈물이 납니다.
아들은 지금, 서울 어느 국가 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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