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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으로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3. 1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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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마지막 날인 어제 선산 해평 ‘도리사’에 다녀왔습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 신라시대 첫 사찰, 잘 정돈된 경내 풍경, 조선시대의 건축미를 뽐내는 극락전 등등.
한동안은 전통사찰을 찾아가면 문화재 측면에서 분석하고 설명하려고 했는데,
예를 들면 도리사 극락전을 ‘정면 측면 모두 3칸 정방형 건물로 지붕은 팔작지붕이다. 그리고 벽은 판자로 마감했으며 외벽에 사천왕상을 그려 넣은 아름다운 건물이다.’ 이렇게 버릇처럼 분석해서 서술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풍경을 그림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저 소나무와 극락전을 넣어서 구도를 잡으면 참 좋겠는데.......’

뭐 이런 식으로 도리사 풍경을 그림의 소재로만 접근하더군요.
2월 마지막 날, 봄 햇살이 따듯하게 내리는 도리사 야외찻집 테이블에 앉아 그런 나를 재미있게 들여다보았습니다.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도리사' 구석구석을 구도 잡고 마음으로 스케치 했습니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부러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그냥 마음으로만 담아오려고요.
확실히 효과가 있더군요.
풍경을 습관적으로 우선 카메라에 담고부터 보는데, 생각 없이 카메라로 기록하기 바빴는데, 카메라가 없으니까 천천히 생각 하고 깊게 바라보게 되더군요.
풍경을 눈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눈과 모든 감각기관, 그리고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더군요.
부지런히 마음속으로 그림 구도 잡고 마음으로 스케치하고 그랬습니다.

카메라 뿐만 아니라 스케치 도구도 없이, 봄 햇살이 좋아 충동적으로 갔습니다.
그저 무심히 바라보는 것이 좋았고, 때론 생각 깊게 바라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오래된 절집을 천천히 둘러보는, 방해받지 않고 약간은 쓸쓸하며 호젓한 맛이 좋아 여행 떠나는 것을 즐깁니다.

굳이 그때 그때 감정과 풍경을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때로는 말없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때로는 서로 다른 곳에 시선을 멈춰도,
일정한 거리 안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그것 하나만 해도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가봅니다.
아무래도 ‘도리사’에 한 번 더 가야할 듯합니다.
마음에만 담아왔더니 부족하고 아쉬운 것이 많습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카메라와 그림도구를 갖춰서 다시 가야겠습니다.
아직까지는 마음속으로 담아오고 스케치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서 먼저 마음으로 깊게 잘 살펴보고, 스케치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카메라에 담아올까 싶습니다.
소나무 사이로 바라보던 ‘도리사’ 풍경이 못내 아쉽습니다.
생각을 더듬어 그림 그리기에는 가물하고 아련합니다.
잠시 오만했습니다.
카메라와 스케치 도구를 가져갈 것을.......
마음으로 생각하고 담아오는 것은 아직 내 실력으로는 많이 부족한 가 봅니다.
마음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말이 생각납니다.
‘너 자신을 알라.’

2017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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