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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기 중에서

그림 일기

by 더불어 숲 2021. 6. 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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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이도 걸었습니다.

천천히 걸으면 풍경도 보이고 마음도 보일 것 같아서,

울릉도를 4일(8.1-8.4) 동안 지칠 때까지, 체력이 바닥이 날 때까지 걸었습니다.

무더위에 이러다가 지쳐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짜인 계획이 없는 여행이기에 체력을 보충해가면서 지칠 땐 쉬어가며 모질게 걸었습니다.

걷다가 풍경 좋은 곳에서는 멈춰서 사진 찍고, 그림 그릴 공간이나 시간이 있으면 그림 그리며 그렇게 걸었습니다.

 

그런데, 첫날은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운하고 화났던 일보다, 고맙고 기뻤던 일이 가슴 가득 벅차올라 내내 울면서 걸었습니다.

누가 나를 유심히 보는 것도 아니고, 본들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기에,

누가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울면서 감사하면서 그렇게 걸었습니다.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걷는다는 자체에 감사했고, 아내와 아이들이, 가족이 감사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곳에서 그림 도구를 펼쳐놓고 부끄럼 없이 그림 그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아름다운 경치에 감사하고......

무수히 감사해하며 울릉도를 며칠 동안 걸어 다녔습니다.

 

(2021. 6. 중순. 박영오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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