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오두막에도 봄비가 내렸습니다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2. 3. 16. 08:48

본문

 

 

 

 

참 오랜만에 비가 내렸습니다.

서둘러 오두막으로 왔습니다.

오두막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밤새 오두막에 쌓인 냉기를 몰아내는 일입니다.

장작 난로에 불을 지펴서 오두막에 따듯한 온기를 스며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종교의식을 행하듯이 경건하게(?)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리고 식빵 몇 조각을 구웠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조급해지더군요.

혹시 이 비가 그치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고, 봄비 내리는 밖의 풍경을 빨리 마음에 담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봄비가 내립니다.

비내리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립니다.

옷을 두텁게 입고, 비내리는 풍경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고, 우산 쓰고 마당에 돋아나는 새싹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비를 즐겼습니다.

우리 집 강아지 '삼월'이는 꼼짝하지 않고 자기 집안에서 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는 테크로 돌아와 편한 의자에 앉아서 오랫동안 비를 바라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커피와 식빵이 다 식었겠네요. 

그러라지요 뭐.

 

그렇게 한참을 비를 바라보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사이에 오두막 안에는 온기로 가득 찼습니다.

난로의 장작은 타닥타닥 소리 내며 타고 있습니다.

'싱어게인 2'에서 김기태 노래를 찾아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듣습니다. 

묵직한 허스키한 그의 노래를 참 좋아합니다.

커피와 식빵을 다시 데워서, 천천히 음악과 커피를 음미하며 즐깁니다.

절친 스님이 선물로 주신 책 '오래된 질문'을 읽으며 늘어지게 낮잠을 자려고 합니다.

오두막에 봄맞이 잡다한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봄비가 하루종일 내려 나에게 강제(?) 휴식을 선물해줬습니다.  

남들이 보면 별것도 아닌데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의 작은 행복입니다.

봄비 내리는 일요일, 점심은 누가 뭐래도 라면이지요.

(bose 블루투스 스피커와 커피세트를 선물해준 조카 박수경 고맙다. 덕분에 비 오는 휴일을 행복하게 보낸다.)

 

 

2022. 3. 13(일) 봄비 오는 날. 박영오 글 사진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