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이 심해서 도저히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없네요.
올해 봄 4월 무렵 오두막화실 부근 오솔길, 작년 이맘때 눈여겨봤던 '감국' 몇 포기를 강아지집 울타리 담장 아래에 옮겨 심었습니다..
이른 봄에 돋아날 때면, 쑥국 끓여 먹는 '쑥'과 '감국' 어린 새싹이 꼭 닮아서, 혹시나 쑥을 옮겨 심은 것은 아닐까 염려했는데, 이 가을 예쁘게 노란 감국을 피워줬습니다.
바람 불고 가끔 비 내리는 어수선한 날씨, 책이나 봐야지 했는데 갓 핀 노란 감국꽃이 눈에 밟혀서 자주 꽃 앞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어쩜 이렇게 예쁠까요.
감국 필 무렵에 함께 피는 쑥부쟁이 구절초도 꽃을 피웠습니다.
흔히들 들국화라고도 하지요.
꽃 피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는 잡초 무리였는데, 꽃을 피우고 나서야 너도 여기에 있었구나.
쑥부쟁이꽃 구절초꽃 어루만져주며 '너도 예쁘다 예쁘다' 합니다.
가을 들꽃이 유혹이 심해 책을 마저 읽을 수가 없네요.
어둠이 오두막화실을 덮고 나서야 책을 펼쳤습니다.
집중해야 겨우 읽을 긴 소설은 아예 접고 건성건성 시집을 읽고 있습니다.
어라, 후드득후드득 가을을 재촉하는 밤비가 내립니다.
마음을 몹시 설레게 하네요, 비 내리는 소리가.
가을바람이 서늘하게 밀려와 옷 두껍게 입고 마루로 나섰습니다.
밤비를 가만히 바라보며 비에 취하고 비 내리는 소리에 또 취하게 합니다.
야한 밤 취한 밤, 이 유혹에 견딜 남자가 어디에 있을까요.
2024년 10월 하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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