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으로 살아라."
나의 생일날, 가족 모임으로 모여 앉은 아들과 딸 부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할 말은 아닌 줄 뻔히 알면서, 타인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배려가 지나쳐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그 알맞음 '중도(中道)'를 찾으라는 뜻으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타인의 부탁을 모질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과 양보 배려하는 마음이 나름 높아서,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업무를 떠안아 스스로 힘들게 했던 나의 경험을 교훈 삼아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비의 그 말에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잠시 그 말을 했던 내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어쩌면, 도덕성과 배려심을 바탕으로 확고한 자기 주관을 겸비한다면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회인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퇴직한 후에 나 자신을 돌아보니, 교사로서 최선을 다해 학생들과 열심히 생활했던 그때가 가장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후회되는 일 대부분은 힘들다는 핑계로 피해 다니고 용기 내지 못했던 일들이더군요.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무렵, ‘가훈’을 조사해 오라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그 기회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 자식들에게 물려줄 새로운 ‘가훈’을 정해야겠다고 나름 깊은 생각을 거듭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타인에게는 사랑을 베풀자.”
앞으로 우리 집 가훈으로 삼고 그렇게 생활해 보자고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어쩌면 도덕성과 나와 남을 함께 도와주는 그 마음이 가장 큰 재산이 될지도 모릅니다.
다시 가족 모임이 있어 아버지로서 말할 기회가 있다면, 이기적이라는 단어 대신 ‘지금 너의 바른 심성과 소신에 더 보태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그 알맞음 중도(中道) 중용(中庸)을 갖춰줬으면 좋겠다’고 다시 말해주고 싶습니다.
나 자신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입니다.
2025년 7월 초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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