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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신, 소상팔경 중 소상야우도 (소상강에 밤비 내리네....)

그림 이야기

by 더불어 숲 2017. 7. 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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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이야기 - 김득신(조선) 소상야우도 (瀟湘夜雨圖)






김득신의 ‘소상야우도 (瀟湘夜雨圖)’입니다.

소상야우도는 ‘소상팔경’ 중에 하나입니다. 소상팔경이란, 우리 산천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중국 호남성의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합쳐서 동정호(洞庭湖)로 흘러가는 강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여덟 폭의 그림으로 그린 것을 뜻합니다.
‘소상팔경’은 중국으로부터 고려시대에 전해져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자주 그림 소재로 등장하고 산수화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김득신의 생몰연대가 1754~1822이므로 단원 김홍도와 9살 아래입니다.
정조의 어진을 김홍도와 함께 그렸을 정도로 당대 유명한 화원이었으며, 김홍도와 버금가는 풍속화 대가이기도 하였습니다.
그 시대는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강하게 영향을 미쳤던 시기였지만 여전히 중국의 풍경을 흠모하고 중국 고사를 그림으로 담고 있었습니다.

소상팔경의 8가지 주제를 소개합니다.
○ 산시청람(山市晴嵐) - 푸르며 안개속에 감싸져 있는 산속의 마을.
○ 어촌석조(漁村夕照) - 저녁노을에 물든 마을.
○ 소상야우(瀟湘夜雨) - '소상강'에 내리는 밤비.
○ 원포귀범(遠浦歸帆) - 멀리 떨어진 포구로 돌아오는 돛단배.
○ 연사만종(烟寺晩鐘) - 안개에 싸인 산사의 종소리가 들리는 늦저녁 풍경.
○ 동정추월(洞庭秋月) - 중국 동정호에 비치는 가을달.
○ 평사낙안(平沙落雁) - 모래뻘에 날아와 앉는 기러기.
○ 강천모설(江天暮雪) - 멀리 보이는 강 위의 하늘에서 내리는 눈.

글로만 읽어도 그림이 연상되지 아니한가요?
알고 보면 자주 그림 소재로 등장해, 산수화로 주제로 자주 등장해 알게 모르게 익숙한 그림입니다.

다시 김득신의 ‘소상야우’ 그림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림에 실린 시를 풀이한 자료를 살펴보면, 그림의 분위가 시(詩)에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객성이 우연히 소상강 가에 뜨니,
꿈은 고향산과 끊어져 만리 구름 뿐.
나그네가 쉽게 깬다고 넋을 한하지 말게,
외로운 배에 비바람부니 들을 수 없네.

글쎄요.
시와 그림에 외로움이 잔득 배여 있네요.
나처럼 비오고 바람 부는 소리에 잠을 설쳐 늦은 밤까지 잠 못 들며 고향생각에 잠기는 나그네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림 속 작은 초가 정자의 가림막이 바람에 펄럭입니다.
굳이 세찬 비바람이 불어치고 있다고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세찬 빗줄기가 위쪽 여백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만 봐도, 비바람이 절로 느껴집니다.
초가 정자의 가림막 뒤에는 밤새 내리는 비바람 소리에 잠 못 드는 나그네가 비바람 몰아치는 창문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만리 밖 고향생각에 잠겨있겠지요.
정박해 있는 외로운 배 한 척에도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오동나무를 닮은 잎 큰 나뭇잎에도, 붓에 물기를 가득 담아서 눌러내려 그어 비바람을 담았습니다.
그림을 그린 김득신 그분도, 그림 속 초옥의 나그네도, 수백 년이 지나 이 그림을 바라보는 나도, 다 같이 그림 속에 잠겨, 이 세 사람이 창밖의 비바람을 바라보며 깊은 외로움에 잠깁니다.

여전히 바람 불고 비가 내리는 새벽입니다.



( 그림 김득신, 글 박영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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