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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옛 그림 하나..... 이인문 '산촌우여도'

그림 이야기

by 더불어 숲 2017. 5. 2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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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우여도 (조선시대 이인문)




이렇게 차분히 봄비가 내리면 비를 소재로 담은 조선시대 산수화 몇 작품이 생각나는데, 그 중에 이인문의 ‘산촌우여도’ 도 마음 속에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습니다.
‘산촌우여(山村雨餘)’라는 제목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산촌에 아직 비가 남아있다.’로 해석하면 될까요?
한국화를 깊게 공부하려면 한자(漢字) 공부는 필수인 듯합니다.
작품에 담긴 화제를 알아보려고 하면 또박또박 쓴 정자체가 아니라 솔직히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다 공부 부족이지요 뭐, 가야할 길이 참 멀고멉니다.

이인문(李寅文·1745~1821)은 조선 영조, 정조 시대 화원의 화가로 김홍도와 동갑내기입니다.
둘은 평생을 죽마고우 친구처럼, 때로는 경쟁관계로 지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경쟁관계라고 표현했지만 시기하고 질투하며 보낸 것은 아닌듯합니다.
김홍도 그림에 이인문이 화제와 시를 쓰기도 하였고 반대로 이인문의 그림에 김홍도가 화제를 쓰기도 하였습니다.
같은 시대의 화원으로서 서로 격려하며 함께 길을 가는 도반이 아니었을까 여겨집니다.
김홍도는 풍속화와 신선도로 자리매김했다면 이인문은 산수화에 평생을 바쳤다고 생각 됩니다.

이인문의 산수화 작품은 담백합니다.
더러 화려한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치장하고 설명하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렸습니다.
그래서 이인문의 작품을 보면 눈에 거슬리지 않고 부담감 없이 그냥 편안합니다.
‘강산무진도’처럼 큰 산수화도 있고 화첩에 그린 작은 산수화도 많이 남겼습니다.

이인문의 ‘산촌우여’그림은 비오는 날 풍경을 미법산수로 그렸습니다.
비오는 날답게 산천이 촉촉이 비에 젖어있네요.
연녹색이 아직 남아있는 숲의 색감으로 봐서 계절은 한여름은 아닌 듯하고, 늦봄 아니면 초여름쯤 되지 않았을까요?
작품의 제목에서처럼 큰 비는 지나갔으나 아직 작은 비가 남아 흩뿌리고 있고, 산안개가 이제 막 피어오를 듯 산촌이 구름 속에 싸여가기 시작합니다.



                                                             
                                                                   ('산촌우여도' 하단 부분)


그림 제일 아랫부분에 삿갓을 쓴 양반이 나귀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지, 아니면 친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나귀 뒤로는 하인이 삿갓과 도롱이를 걸치고 힘겹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하인의 의복과 몸의 기울기로 봐서 세찬 비바람이 앞쪽에서 불어오고 아직 남아있음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옛날 분들 그림 속에는 꼭 하나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상상력을 더하게 되고,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위 쪽 여백에는 ‘기원(綺園)’이란 호를 가진 ‘유한지’가 화제로 시를 썼습니다.
‘기원(綺園)’이 누굴까 찾아봤더니 정조의 신임을 받은, 당시 전서와 예서에 능한 명필가 ‘유한지’라는 분으로 기록되어있습니다.

草屋雨餘 (초옥우여) 초가집에 비가 남으니
雲氣深 (운기심) 구름 기운이 깊어가고
開門不厭 (개문불염) 문을 여니 싫지 않구나
好山多 (호산다) 좋은 산이 많아서.....


글쎄요.
저는 이 한시(漢詩)보다는 최남선의 ‘비 오는 날에’ 라는 시조가 더 어울릴 듯합니다.
제 개인 취향일 뿐입니다.

'비 오는 날에' (최남선)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글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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