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 박영오 작 (2014. 봄)
초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쉼 없이 때로는 큰 소리 내며 내리고, 때로는 이 비가 그쳤나 싶게 조용히 비가 내립니다.
이른 새벽녘까지 그치지 않고 내립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 가만히 비를 바라보며 소년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비오는 날은 어디서 오는지, 어느 곳에서 부터 시작했는지 모르는 외로움이 마음과 몸을 감싸고 돕니다.
흔히들 말하지요, 모든 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그런데 마음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 병이 '외로움'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비오는 날이 되면, 마음 깊숙이 잠복하고 있던 '외로움'이란 병균이 슬며시 활동하는가 봅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들 '외로움'이란 병균 하나씩은 다들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날궂이' 하는 것도 알고보면 다 외로움을 치료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 외로움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요?
진짜 병균처럼 잠복해있다가 활동하기 좋은 비오는 날이면 나타나는 것일까요?
차라리 약먹고 나을 수 있는 병이라면 치료라도 할텐데.......
그래도 이렇게 비오는 날이면, 다시 소년시절의 감성으로 되돌아가 수 있다는 것이, 이 나이에 비를 바라보며 상념에, 알 수 없는 외로움에 잠길 수 있다는 것이, 먼 옛날의 사람을 그리워 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외로움마저 없다면 삶의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오늘은 가까이 있는 사람보다도 멀리 있는 사람을, 마음 속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는 사람을 그리워하겠습니다.
그들도 내 마음 같다면 이 비를 바라보며 빛바래져 가는 추억에 젖어있겠지요.
마음의 길을 떠나, 수 많은 마음 길 속에서 그리운 사람들을 우연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아직까지 조금씩 내리는 창밖의 비를 바라보며 마음의 길을 떠납니다.
혹시 우연이라도.......
(글 그림 박영오)
마당 넓은 집 (0) | 2017.08.10 |
---|---|
고놈 참 신기하네...... (0) | 2017.08.02 |
내연산 보현폭포에서 선일대를 바라보다 (0) | 2017.07.26 |
엉겅퀴 꽃에서 나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0) | 2017.07.21 |
듬직한 한 그루 소나무처럼 (0) | 2017.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