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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 꽃에서 나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7. 7. 21.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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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청량사 - 박영오 작 (2014년 여름)




혼자 산을 찾았습니다.
가족들과 아니면 친한 지인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산을 오르는 것도 재미있지만 때로는 혼자 걷는 것도 좋습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발가는 대로 걷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쉬고 싶을 때 쉬며 쉬엄쉬엄 그렇게 걸었습니다.

한적한 숲길에 엉겅퀴가 자주색 꽃을 피웠습니다.
그리 아름답지 않는 자신의 몸을 중무장한 병사가 전투태세를 갖춘 것처럼 가시로 온몸을 감싸고 덤빌테면 덤벼봐라 하는 잔득 긴장한 모습입니다.
이 세상에는 우연이 없다고 합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합니다.
수 천년동안 진화해온 엉겅퀴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에 온몸을 가시로 덮었겠지요.
무엇이 그리 두려워, 그렇게 자신의 몸을 가시로 감싸지 않으면 안되었을까요?

모든 생명체의 일차적 본능은 자신의 생존과 종족을 보존하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합니다.
엉겅퀴처럼 가시로 덮고 잔득 웅크려 자신을 보호하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몸과 열매를 다른 동물의 먹이로 주며 종족을 보존하는 식물도 있습니다.

내가 문득 엉겅퀴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다가 오면 가시로 위협하며, 자신의 영역은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려하고 잔득 겁을 주고 있는 엉겅퀴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속 길섶에 외롭게 핀 작은 들꽃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 같아 한참을 엉겅퀴를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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