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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숙제로 느껴지는 날입니다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3. 1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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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끔 다녀오는 작은 암자가 하나 있습니다.
의성 '운람사'입니다.
내 나이 또래 스님이 계시는데, 갈 때마다 내가 읽을만한 책 한 권씩을 권해줍니다.
오랜만에 가면 2, 3권 정도를 줍니다.
책의 흥미도에 따라 단 하루 만에 독파하는 책도 있고, 몇날 며칠을 읽어도 줄어들지 않는 책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처 읽지 못한 책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스님이 주신 책을 따로 책장을 마련해서 꽂아두고 있는데, 그 양이 엄청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책을 주면 받아오지 않을 때도 더러 있습니다.
가져간 것 다 읽으면 받아가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요즘 독서는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다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때 읽을 때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느낌으로 전해질 때도 있습니다.
나이에 따라 생각이 달라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내가 가장 많이 보고 또 다시 본 책은, 트리오폴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입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라서 어려운 책도 아니고 분량이 많은 책도 아닌데, 반복해서 다시 읽게 되더군요.
이제는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새 책보다는 내가 보던 그 책이 좋아 낱장으로 분해된 책을 페이지를 다시 맞춰 읽어보게 됩니다.

오래전에 어느 분에게 그 책을 선물로 준적이 있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그분이 아직도 그 책을 간직하고 읽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책에 대하여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책 하나로 참으로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렇다고 뭐 그렇게 대단한 책은 아닙니다.

운람사 등오스님이 주신 책을 읽고, 스님을 만나 책 내용에 대해서 서로 주고받을 때, 감정을 공유하고 나눌 때, 지적인 면이 넓어지고 이성적으로 충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적 향유? 뭐 그런 느낌이랄까 그렇습니다.

오늘, 명퇴자 명단이 공문으로 내려왔습니다.
다행히도(?) 내 이름이 있습니다.
퇴직하고 나면, 하루 2시간 독서시간은 꼭꼭 채우고 싶습니다.

(2017.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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