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에 눈이 내리고...... - 박영오 작 (2016년 겨울)
눈이 내립니다.
첫눈을 간절히 기다리던 어린 동심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첫눈은 첫사랑을 다시 만난 듯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눈 내리는 산사(山寺)가 작은 목소리에도 금방이라도 깨어날 것 같은 깊은 적막에 쌓여있습니다.
흩날리던 눈발이 점점 짙어져 멀리 계곡 아래가 아득하게 보입니다.
갑자기 산사(山寺)가 외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슬픔과 외로움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요?
빛바랜 단청, 만지면 사그라질 듯 한 꽃문살, 단청 속에 희미하게 윤곽만 남아 이미 힘을 잃은 용과 봉황, 허물어져 가는 흙벽, 두 눈을 부릅뜨고 부라지만 보아줄 사람도 울려줄 사람도 없는 목어, 그리고 산사(山寺) 가득 흩어지는 스산한 첫눈.......
그 속에서 첫눈을 맞으며 천천히 발길을 옮기는 내가 외롭다 하는 것이지 어찌 산사(山寺)가 외롭겠습니까.
일주문을 들어설 때부터 내리던 눈이 산사(山寺)를 떠날 때까지 그치질 않고.......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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