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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화실 이야기 - 내가 선물 받은 소중한 2가지

그림 일기

by 더불어 숲 2018. 6. 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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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물로 받은, 소중하게 아끼는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 초판본입니다.
40여 년 전 군대있을 때, 후배가 외출인가 휴가인가 다녀온 기념으로 선물로 준 것인데, 보초 설 때나 불침번 설 때 닳도록 읽고 읽었는데, 제대하고 대학 다니고 결혼하고 몇 번을 이사 다니면서도 다행히 내 곁에 남아있었네요.
따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그런 것도 아닌데....... 무의식중에 잘 보관하고 그랬던 가 봅니다.
지금은, 너무 낡고 종이가 바스라져, 봉투에 담아 소중하게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끔 꺼내어 습기 제거하고 그냥 겉표지를 바라봅니다.
겉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소중하게 잘 간직했다가 물려주던지 기증하던지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또 하나는 소설가 김동리 선생님(1913~1995)이 저에게 써준 서예작품입니다.
김동리 선생님은 우리가 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책에 ‘등신불’이란 단편소설로 잘 알려진 분이지요.
1984년, 한 창 문학청년을 꿈꿨던 그 때 선생님이 청담동 자택으로 초대해주시고 ‘시경’의 '出自幽谷 遷于嶠木(출자유곡 천우교목)', 이란 글귀를 먹을 갈아 직접 써주셨습니다.
휘호 곁에 나의 이름까지 넣어서 말입니다.
'出自幽谷 遷于嶠木(출자유곡 천우교목)'은 깊은 골짜기로부터 나와 높은 나무에까지 오르다'는 뜻으로 풀어서 말하면, '지금은 깊은 계곡에 묻혀있지만 열심히 해서 최고로 높은 위치와 이치에까지 오르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동리 선생님은 초면이고 아직 어리고 많이 부족한 저에게 글을 주시며 당시 내가 소망했던 일을 격려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높은 나무로 옮겨 앉지 못했지만, 높은 나무란 것이 꼭 높은 지위와 많은 재산은 아니겠지요.

끝없는 길이고 측정할 수 없는 것이지만 정신세계와 마음은 높은 나무로 옮겨 앉으려고 합니다.
한국화 그림도 정신수양도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가려고 합니다.
비록 갈지자 (之) 걸음으로 더디고 느려도 나름 목표를 가지고 가려고 합니다.
소박하고 미련한 꿈이지요.













어제는 오두막 화실에서 밤을 보내며 오래 전에 구입해두었던 '황대건'의 '야생초 편지'를 다시 읽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잡초, 야생초가 이렇게 소중하고 대우 받고 또 우리가 먹을 수도 있구나,

감옥에 있으면서 눈에 보이는 잡초 하나 하나를 소중하게 바라보는 그의 시각과 심성에 감탄했습니다.

2002년에 출판했으니까 16년만에 다시 읽고 있습니다.

다시 읽어도 여전히 감탄하고 있습니다.

소박한 야생초 그림도 좋고요.    

목차 순서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한 대목을 읽곤합니다.

오두막 화실에는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작은 충전용 램프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에만 겨우 조명이 들어오고 적당한 시간이 되면 조명불도 점점 약해져, 램프가 알아서 그만 자라고 명령합니다.  

고요한 산중에서 그렇게 책을 읽는 그맛도 참 좋습니다.


다음에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글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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