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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화실 이야기 - 달빛 아래 홀로

그림 일기

by 더불어 숲 2018. 6. 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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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그림 - 풍기 금선정 (2018. 6. 박영오 작)




풍기 금선정









어둠이 밀려오는 시간에 오두막 화실에서 호수를 바라보다 



이른 아침, 새벽 5시 무렵에.....



오두막 화실 처마밑에 한련화를 심었더니 제법 꽃을 피웠습니다. 




달이 제법 커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음력으로 열하룻날입니다.
저녁 9시 무렵, 배가 살짝 부른 반달이 중천에서 서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달빛이 호수를 은은하게 밝혀줍니다.
달빛 아래 보일 듯 말 듯 멀리 내려다보이는 호수가, 명쾌하게 바라보이던 한낮의 모습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제각기 나름대로 아름답습니다.
각기 서로 다른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오두막 화실 안의 모든 조명을 끄고, 호수와 달을 번갈아 봅니다.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충전용 램프 하나만 끄면 인공의 불빛은 전부 사라집니다.
안을 어둡게 해야 밖이 보이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금 느낍니다.
호수가 ‘메밀꽃 필 무렵’ 소설에서처럼, 흰 메밀꽃이 가득 핀 듯 은은합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안을 어둡게 해야 밖이 보이듯이, 자신의 내면을 비워야 밖도 보이고 그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자신의 내면 속의 모든 탐욕을 끌 때 비로소 밖이 보이는 이 단순함을 어려운 진리를 터득한 듯이 “아, 그렇지, 진리는 내 곁에 있는데. 그리고 단순하고 명쾌한데 멀리서 어렵게 찾으려고 했구나.” 느낍니다.

달이 서쪽으로 마저 지기 전에 서둘러 마당으로 나가, 의자에 앉아 달을 바라봅니다.
산속에서 홀로 보기가 아깝습니다.

산 아래에는 덥다고 난리인데 여기는 밤공기가 서늘합니다.
이 달빛과 서늘하고 상쾌한 밤공기를 아내에게도 보내주고 싶고, 서울에 있는 아들 딸에게도 보내주고 싶네요.
대문자 D자처럼 배부른 달을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보고, 달빛이 은은하게 잠겨있는 먼 호수를 바라보고 그러면서 이 밤을 홀로 보내고 있습니다.


(글 그림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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