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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화실 이야기-부채그림과 어리연꽃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8. 7. 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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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그림- 영덕 옥계 침수정 ( 박영오 작 2018.7 )





어리연꽃이 꽃을 피웠습니다.


처마밑에 있던 것을 연못가로 옮기고 분갈이, 포기 나누기를 하고 첫 꽃을 피웠습니다.


깨진 옹기에 어리연꽃을 포기나누고 분갈이 했습니다.


내년 봄에, 연못을 정비해서 어리연꽃을 이 연못에 심으려고 합니다.




어리연꽃이 꽃을 피웠습니다.
몇 년 전, 자주 가는 절에서 조금 얻어와 아파트 베란다에 옹기 함지박에 담아서 키웠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겨우 몇 잎 돋고 꽃은 아예 기대도 안했는데, 산중 오두막 화실로 옮기고부터는 무성하게 연잎 자라더니 얼마 전부터 매일 한 두 송이 연꽃을 피워줍니다.
동전 크기 정도의, 어리연꽃’이라는 이름대로 어리고 가녀린 노랑 연꽃을 피워줍니다.
해가 있을 동안 꽃을 피우고 오후가 되면 슬며시 지더군요.
여름이 제철이란 듯, 아직은 실망하지 말라는 듯, 물속에 또 다른 꽃대를 준비해두었다가 이튼 날이면 꽃을 피워줍니다.

이제는 너무 무성해, 깨진 옹기에 포기를 나눠 심고, 처마 밑 잘 보이는 곳에 두다가 연못가로 옮겨주었습니다.
연못이 제대로 자리 잡으면, 내년 즈음해서 연못으로 다시 옮겨 심어야지요.
포기나누기하고 자리 옮기고 하며 어리연꽃 자신도 힘들었는지, 며칠 동안 꽃을 피우지 않아 걱정했는데, 괜히 나눠 심었나, 꽃 피는 계절이 지나면 나눠서 심을 걸 후회했는데, 어제 또 다른 꽃을 피웠습니다.
고맙지요.
어리연꽃이 나름 애썼겠지요.

문득, 꽃도 그냥 피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더 많은 보살핌을 받았는데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더니, 산중 오두막 화실로 옮기고부터 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꽃을 피워주었습니다.
여린 꽃 하나 피우는데도 온 우주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와 달, 밤하늘의 별빛, 새소리, 바람과 비 그리고 대지의 기운.......
적당한 온도와 흙의 영양분 등등 모든 구성요소의 도움으로, 이 모든 것이 모여서 어리연꽃이 꽃을 피운 것이 아닐까?
초등학생들도 아는 당연한 사실을, 오늘 문득 다시 알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간의 삶도, 나의 삶도 그러할 테지요.
홀로 크고 자신의 노력으로 성장하고 성공한 줄 알지만, 알고 보면 부모와 가족, 이웃, 사회와 국가 등등의 도움으로, 그리고 어리연꽃처럼 온 우주의 도움 덕분에 나의 삶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겸손하고 감사하겠습니다.
잠시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치열한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생존 경쟁 속으로 들어가면 그 감사함을 잊겠지만, 오늘 만큼은 삼라만상, 천지신명님께 감사하며 지내겠습니다.

별일도 아닌데 유난을 떨었습니다.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소박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격려의 댓글을 달아주신 블친님들 머리숙여 감사함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글 그림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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