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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을 마쳤습니다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2. 2. 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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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그때 중학교 1학년 신입생들이  오늘(2022.2.9) 고3 졸업식을 했습니다.

 

 

 

 

마지막 수업을 인터넷 원격 화상수업으로 마쳤습니다.

중학교 2학년 224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씩 부르며 끝을 맺었습니다.

무사히 마쳤다는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짙게 밀려왔습니다.

사실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는데, 왜 이렇게 깊은 아쉬움과 외로움이 밀려올까요.

아마 내 인생의 마지막 수업이라서 그럴 테지요..

 

20172월에 정년을 2년 반을 남겨두고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그때 졸업을 앞둔 중3 수업을 마지막으로 하고, 수업이 끝날 무렵에 학생들이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노래를 합창해주었습니다.

그 노래를 들으며 체면 없이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그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런데 그게 마지막 수업이 아니더군요.

퇴직 후에 여러 사정으로 도와달라는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시간 계약제(기간제) 교사를 몇 차례 더 했습니다.

우연하게도 2017년 퇴직한 학교에서, 작년 한 해 다시 기간제 교사로 1년을 더 근무하고 올해 2월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때 중1 신입생들이 오늘 고3 졸업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앞으로는 더 이상 기간제 교사를 하지 말아야지, 미안하지만 정중하게 거절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내 자신이 생각해도 퇴직 후 충분히 근무했습니다.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검소하게 생활하며 적은 돈이지만 아껴서 모아둔 돈으로, 코로나 잠잠해지면 그게 해외이든 국내이든 어디든 아내와 한 달 살이를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 수업이라는 생각이 깊게 들었습니다.

교사로 근무하면서 학생들하고 수업할 때, 교실에서 학생들과 같이 있을 때 가장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다시는 그런 기회는 오지 않겠지 생각하니까 깊은 아쉬움이 밀려오고 많은 여운이 남습니다.

마지막 수업을 교실에서 학생들 얼굴이라도 보며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지난 일년동안 학생들과 참 즐겁게 수업하고 보람있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후배 동료 교사들과 학교 책임자분들이 저를 늘 배려해주고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덕분에 행복한 1년을 보냈습니다.

학생들에게 선생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날이,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고맙습니다.

 

 

2022년 2월 9일 박영오 글 사진(2016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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