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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꽃 향기를 편지에 담아보냅니다.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3. 2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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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전시회 때 어느 분이 선물로 준 난화분에 며칠 전부터 꽃대가 올라오더니, 그놈 용하게 때맞춰 꽃을 피워주네요.
유전인자 속에 지금 꽃을 피우는 시기인지, 같은 종류의 난화분이 하나 더 있는데 동시에 같이 꽃대를 올려 나보란 듯이 꽃을 피웠습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꽃이 아니라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 새벽 글을 쓰고 있는데 어디서 은은한 향기가 약하게 전해집니다.
향기인 듯 아닌 듯 애써 찾아보고 가까이 가야 느낄 수 있는 그런 향기가 감질나게 전해집니다.
그래서 자주 난화분 곁에 머물게 되고 자기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내가 글 쓰는 공간이 거실 창가인데, 옛 재봉틀을 책상처럼 쓰고 있는데 '난화분' 이 아이를 아예 글 쓰는 옆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 새벽, 난 향기가 나에게 자그만한 행복을 배달해 줍니다.

글을 쓰다말고 요즘 젊은이처럼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이 순간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 이 순간의 나의 느낌과 향기를 간직하고 전해주고 싶어서 사진에 담았습니다.
아, 이래서 다들 인증샷을 찍는구나.

한참 인증샷 찍고 휴대폰에서 타블릿으로 보내고 그러다보니 글 쓰는 흐름을, 새벽의 호젓한 시간을 놓쳤네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손해 보는 것, 세상살이 이치가 다 그런가 봅니다.
다시 재봉틀 책상 앞에 앉으면 그 흐름이 돌아오겠지요.

오늘 새벽부터 지금까지 난초 향기 하나로 행복합니다.
담을 수만 있다면, 은은한 이 향기를 담아서 보내주고 싶습니다.
'난꽃'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늘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속깊게 아름답습니다.
나도 난초처럼 속깊은 아름다움에 은은한 향기를 가진 그런 사람으로 나이들고 싶습니다.
참 욕심도 많지요.
물론 당신도 아름답고 또한 난초처럼 은은한 향기를 지닌 사람입니다.

잘 키워서 내년 이 무렵 다시 난꽃 향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지금의 이 향기는 내 마음속에 잘 간직해두고요.



2017. 3. 7   새벽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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