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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해?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7. 4. 25.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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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밀성대 - 박영오 작품 2016년 5월




아내가 잊을 만하면 다시 물어보는 물음이 있습니다.
"나와 왜 결혼했어?"
"사랑하니까 결혼했지" 그렇게 대답을 하면,
"내가 어디가 좋아서 사랑했어?" 하고 다시 물어옵니다.
당신의 이런 모습이 좋아서,
당신의 이런 성격이 좋아서.......

물을 때마다 대답이 한 가지씩 늘어나 온갖 이유를 붙여 말을 해도 아내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칩니다.
나도 아닌 줄 압니다.
사랑을 말로 풀이하고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그런 것이 아니니까요.
사랑은 책을 보고 공부하고 연구하듯이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랑 한다"는 말은 누구라도 쉽게 말 할 수 있어도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어느 누구라도 힘듭니다.

"여보 나 사랑해?"
"그럼 사랑하지"
"왜?"
남자들에겐 이쯤 되면 물음이 아니고 고문입니다.

사랑에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사랑에 무슨 정답이 있겠습니까?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것이지요.
사랑이 무슨 수학문제처럼 명쾌한 풀이와 정확한 답이 있겠습니까.
그냥 좋으니까 사랑하는 것이지요.

아내가 묻습니다.
“나를 사랑해?”
“그럼 사랑하지.” 하고 대답합니다.
“왜?”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은 이렇게 저렇게 설명할 수 있는, 그런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랑이 아니라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한한 사랑이라고 말해줍니다.
아내는 풀 수 없는 수학문제를 앞에 둔 사람처럼 난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당신에 대한 사랑은 그런 사랑이야”  그렇게 말하며 마무리 합니다.


청량산 밀성대는 청량산 건너편 축융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에 있습니다.

축융봉 등산코스 입구 산장 부근에서 등산하면 1시간 조금 모자라게 걸리는 거리입니다.  

그곳에서 바라보면 청량산의 또 다른 비경을 볼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그 비경을 바라보며 넉넉하게 쉬거나 늘어지게 낮잠을 잘 수 있는 정자도 있습니다.

조용하고 적막해서 혼자 자주 그곳에서 청량산 그림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그림의 감상은 먼저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복면가왕'에서 얼굴 가리고 노래를 들어보는 것 처럼 말입니다.

위의 작품을 설명하고 분석하기 보다는 그저 보고 느끼면 되지 않을까요?

마치 병원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듯이 구석 구석 아픈 곳을 찾아내듯이 그렇게 바라보기 보다는,

그저 그림을 보고 자신의 방식대로 보고 느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으면 좋은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말입니다. 

사랑의 처음도 느낌입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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