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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무엇인지? 사색입니다.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5. 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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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취미를 갑자기 물으면 한참 생각합니다.
내 취미가 뭘까?
한동안은 자신 있게 여행이라고 말했는데.......
아니면 편한대로 독서 사색 등으로 둘러댔는데 이제는 사색에 마음이 더 쓰입니다.
취미를 사색이라고 말해놓고도 아직 그 말에 익숙하지 않아 겸연쩍게 내가 먼저 웃습니다.
상대방도 의외라는 듯, 어울리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마주 웃습니다.

이 세상의 사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름 존재 이유가 있고 그 존재 자체가 신기하게 여겨집니다.
요즘처럼 때 맞춰 꽃 피고 새가 울고 바람 불고 잎이 흔들리고 그러면 더욱 그러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요즘 들어서 더욱 신기하게 여겨집니다.
복잡한 마음을 비우고, 잡다한 생각을 버리면 삼라만상 사물이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내 내면의 모습도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요?
마음을 비우고 잡다한 생각에서 벗어나면 본래의 자신의 내면이 보이지 않을까요?

요즘 주제넘게 나의 본래의 모습을,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보려고 용을 쓰고 있습니다.

봄날 양지에서 새싹이 돋는 것을 보고 “박 선생, 여기 보게 새싹이 돋아나내” 하며 나를 부르던, 어린애처럼 별 것 아닌 일을 신기해하던 어느 노스님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혼자 마음속으로 “별일을 아닌 것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제야 그분의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취미가 무엇인신지?”
“사색입니다.”
“사색이요? 그림이 아니고요?”
“그림은 취미가 아니라, 직업처럼 당연한 것이고요.”
그렇게 말해놓고 서로 마주 보고 겸연쩍게 웃습니다.
나도 아직은 당당하게 말할 자신감이 없고, 듣는 사람도 내가 부족해 보이는 가 봅니다.

 

엊그제(2017. 4. 29), 청량산을 건너다 보이는 곳에 화첩기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림도구를 펼쳐놓고 청량산을 화폭에 담아보다가 멀거니 산을 바라봅니다.

그림은 뒷전이고 홀로 산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게 산속에서 하루해를 다보내고, 그림은 미완성인채 접어놓고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에 산을 내려왔습니다.

다 개똥철학이지요.

 


(글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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