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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팔불출이 되고 싶습니다.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5. 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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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한결이 졸업식(연세대)





첫째 슬기 졸업식(고려대)




오늘은 팔불출이 되고 싶습니다. 
8년 전에 아이들이 서울에서 대학 다닐 때, 둘째 한결이가 어버이날에 보낸 편지입니다.
처음 이 편지를 받고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코끝이 찡해지네요.
남이 읽으면 어버이날에 보낸 상투적인 그저 그런 편지일 뿐인데, 우리 부부는 여전히 감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어버이 날이네요.
서울에 있는 둘째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 조금 덥지만 날씨도 맑고 캠퍼스에는 조금씩 축제 분위기도 나고 그렀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이 공부하려고 지금까지 그렇게 공부했던 가, 회의감도 가끔씩 들곤 하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주변에 좋은 친구들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고 배우는 것도 많고 학교 캠퍼스도 아름답습니다.

오늘이 어버이 날인데, 거리에서 카네이션 파는 걸 못 봤더라면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 했습니다.
저를 낳아주시고 20년 가까이 아낌없는 사랑과 희생으로 잘 키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서울 사는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부모님이 마음에 안 든다고 투덜대곤 하지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말해보라면 서슴없이 아버지, 어머니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아버지는........
엄마가 가끔 아버지께 자식들에게 너무 무심하다고 구박하곤 하지만, 항상 말없이 뒤에서 우리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우리를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우리학교 다니는 친구들 보면, 부모가 대기업 임원, 의사, 변호사인 친구들 참 많습니다.
하지만 교직에서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항상 묵묵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아버지가 제일 자랑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고 참교육하려는 교사인 아버지를 모신 건, 위에서 말한 애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우리를 키울 때, 매를 들거나 권위적인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항상 우리 의견을 존중해주려 하고 믿어주었습니다.
또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사회에 대한 바른 시각과 소신은 나에게도 늘 좋은 영향을 주고 있고 바르게 자랄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
엄마에 대한 글을 쓸려하니 자꾸 눈물이 날려고 합니다.
누나와 날 낳고나서부터는 사회인이 아닌 매일 집안일만하는 가정주부가 되었고 '이정희'라는 개인 이전에 늘 '슬기 한결이 엄마'였습니다.
맞벌이하는 아줌마들은 직장생활 하면서 월급도 타오고 잘 꾸미고 다녔지만, 늘 우리를 집에서 기다려주는 우리 집보다 불행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커오는 과정을 하나하나 항상 같이 했던 우리 어머니가 제일 훌륭한 엄마라고 생각합니다.
누나와 내가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 어머니가 집에서 가정주부로서 가정을 묵묵히 뒷받침하고 누나와 나를 일일이 사랑으로 챙겨주고 신경 써주었던 것이 누나와 나를 공부 잘하는 바른 아이들로 만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항상 어머니한테 고맙고 미안합니다.

쓰다보니깐 꼭 내가 다자란 어른인 것처럼 썼습니다.
나는 아직 어린데 말입니다.
아직 대학교도 덜 마쳤고 직장도 없는 학생인데 말입니다.
아직 10년은 더 부모님께서 더 보듬어주고 키워줘야 할 어린애인데.......
아니지, 30,40,50이 된다하더라도 엄마, 아빠한테는 늘 어린아이입니다.
엄마, 전화하거나 그럴 때는 무뚝뚝해도 그게 내 마음이 아닌 거 알지?
막 살갑게 이야기하고 다정다감한 아들이 아니어서 미안합니다.
그래도 항상 아버지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거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아버지는 전에 등산가서 다친 다리가 쫌 괜찮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도 무릎 아픈데 병원에 근무하시느라 고생하시고.......
누나 방 문제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잘 해결되겠지요.

아무튼.......
서울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을 다니는 자식 둘을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하십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키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 오래오래 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사랑을 제가 아주 조금이나마 갚아드릴 수 있도록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저도 부끄럽지 않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2009 . 5. 8 아들 한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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