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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4. 2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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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Y중학교, 1시간 남짓 걸리는 출퇴근길에 봄꽃이 만발합니다.
길섶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제법 큰 나무가 온몸을 꽃으로 장엄하게 덮고 있습니다.
잠시 차를 멈추고 꽃을 바라봅니다.
바람이 꽃을 부르면 꽃은 노래로 화답을 합니다.
꽃에 취하고 향기에 취하고 꽃이 부르는 노래에 취해 퇴근길 그 꽃나무를 떠나질 못합니다.
눈을 감고 꽃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가만히 들어봅니다.

갑자기 아주 오래전에 봤던 영화 한 편을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처음 그 영화를 봤을 때, 특별한 스토리가 없는데도 마음에 잔잔하게 저려왔습니다.
2001년 개봉작이니까 벌써 16년이 지난 작품이군요.
해마다 봄이 지나갈 무렵이면 이 영화를 다시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지나쳤습니다.

“봄날은 간다.”
지극히 평범한 사랑이, 누구든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사랑이 봄마다 되살아나는 것은 그 사랑 속에 담겨있는 이별의 아픔 때문이겠지요.
다시 보니, 어린(?) 유지태의 풋풋한 사랑도 이해되고 여러 사랑이 지나간 이영애가 유지태를 사랑하는 방식도 이해가 됩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아직은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순수한 유지태와, 사랑에 적당히 익숙한 이영애의 만남이 그리 유치하거나 저속해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고 아직은 믿고 있는 순수한 청년에게 오래 머물수록 그의 상처는 깊어짐을 알고 있는 이영애와 그런 이영애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유지태.
둘이 만나고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은 절실한 사랑이었으리라.
그 사랑을 들여다보는 나는, 둘의 만남도 이해되고 헤어짐도 이해되는 나이입니다.
그 유명한 말이, 이 영화 속의 대사였지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영화 끝부분이지요.
헤어지면서 아쉬운 듯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보는 이영애, 손을 가만히 잡았다가 돌아서는 유지태, 잔잔히 둘만의 사랑의 방식이 이 봄날 마음을 저리게 합니다.

떠나가는 사랑을 다시 잡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떠나갈 수밖에 없는 그런 이영애를 가만히 손을 놓으며 보내는 유지태.
이쯤해서 떠나는 것이 유지태를 위하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는 이영애의 사랑이 아쉬운 여운으로 오래 남아있습니다.

첫사랑의 헤어짐처럼, 헤어짐의 경험이 적어 마음 아파하는 유지태.
만남과 헤어짐에 적당히 면역성을 가진 이영애.
당연히 이별의 아픔은 고스란히 순수청년 유지태의 몫으로 남는다.

바람이 일렁이는 갈대밭, 바람이 만들어 내는 소리로 사랑을 기억하고 아픈 사랑을 치유하고 떠난 사랑을 마음에 담아두려는 유지태의 마지막 엔딩 장면이 두고두고 내 가슴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이 봄날에......

영화 “봄날은 간다.”


(글 사진1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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