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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하고 안다는 것은 세월과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5. 3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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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진정 이해하고 안다는 것은 세월과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요즘 들어서 경험을 통하지 않는 지식은 단지 관념적이거나 추상적 지식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아이가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하고 나서야 선생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학부모의 심정은 어떤 것인지 알았으니까요.
개인적인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책을 읽고 느끼는 감정 또한 그러하겠지요.
부끄럽지만 ‘어린왕자’를 40이 넘어서야 진정 이해를 했습니다.
어느 글이든 그것을 진정하게 이해하려면 그 글을 쓴 작가의 나이가 되어야 안다고 하더군요.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다시 읽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처음 읽었을 때는, ‘알라사’와 ‘제롬’의 답답한 사랑으로, 그 소설이 사막을 홀로 걷는 것처럼 외롭고 지겹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 다시 읽어보니 세속적인, 그리고 남녀 간에 있을 수 있는 순결한 사랑마저 거부하고, 아무리 순결한 사랑이라도 결국 세속적인 사랑으로 변해가기에, 좁디좁은 문을 통하여 절대자인 신(神)의 곁으로 다가가는 ‘알라사’의 영혼을 이제 겨우 알 것 같습니다.
그것 또한 추상적인 추측일 뿐이겠지만.......

내 마음 속에 ‘좁은 문’을 하나 마련하려고 합니다.
신(神)을 섬기고 영적(靈的)인 성숙을 위한 ‘좁은 문’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일어나는 잘못된 욕심, 돈 자랑, 지식 자랑, 슬며시 일어나는 이기적인 마음, 분노, 게으름 등 그런 세속적인 마음을 거르는 ‘좁은 문’을 하나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마음을 거르는 ‘좁은 문’이 다른 사람에게 향하는 마음마저 이 ‘좁은 문’으로 지나가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염려됩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사랑과 자비심은 ‘좁은 문’이 아니라 ‘넓은 문’을 지나야 하는데, 거꾸로 나에게는 큰 문(大門)을, 다른 사람에게 다가설 때는 통과하기 어려운 좁은 문(小門)을 지나갔던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글 사진 박영오)

사진설명 : 하회마을 부용대 옥연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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