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숲길을 천천히 걷는 즐거움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7. 6. 9. 05:27

본문




주왕산 깃대봉을 바라보다 - 박영오 작품 (2015년 여름)




우리가 누리는 즐거움 중에서, 산을 오르며 숲길을 천천히 걷는 즐거움도 무척 크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생각들인데 거의 잊고 지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며 가지지 못한 것에 더 많은 욕심을 부리지요.
참 소중한 것을 가지고도 늘 부족해 하고 가난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이 있는 숲이 좋은 산을 찾았습니다.
그리 급한 일이나 미리 정해놓은 시간이 따로 없었기에 천천히 숲 속을 걸어 산을 올랐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때로는 전혀 생각없이 침묵해 걸으며 숲에 빠졌습니다.
두런두런 피어 있는 들꽃과 수다스럽게 올라오는 온갖 새싹들, 새로 물기를 머금어 더욱 푸르게 보이는 소나무.....

그 숲 속을 바쁘지 않는 걸음으로 들고나는 동안 숲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숲 속에 들어도 숲을 느끼지 못하고 오직 걷고 오르기에만 급급해 하다면, 정상만 바라보며 빨리 오르기에만 매달린다면 그건 노동일 뿐이겠지요.
우리네 인생도 산을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이겠거니 여겨집니다.
정상을 바라보며 남보다 먼저 오르기에만 급급해 한다면, 산은 그저 의미 없는 고통일 뿐인 것처럼 삶 또한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면고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보다 조금 늦게 산을 오르더라도, 미처 정상까지 오르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 의미를 두고 숲을 느끼며 걸어 오른다면, 걷고 오르는 것이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이겠지요.
삶이 숲을 거쳐 산을 오르는 과정이라 여기면, 오직 앞만 바라보며 고통스럽게 걷는 것에 매달리지 말고 숲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천천히 느끼며 그렇게 걸어야 하지 않을까요?
숲이 인생의 작은 막힘에도 힘들어하는 나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줍니다.


나의 삶과 나의 인생을, 마치 타인의 눈으로 남의 인생처럼 나를 바라보면 조금 부족하지만 그리 부러울 것도 없는 삶인데, 부족하다 부족하다며 아등바등거리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인생도 여유롭게 걷는 숲길처럼 그렇게 천천히 걸으며 관조하면 조금 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6월 초순의 상쾌한 햇살을 마중 나온, 유모차 속의 이웃집 갓난아이가 보석처럼 아름답게 보입니다.
아이가 다 자라고 나서야 아이를 키우는 그 과정이 행복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지나고 나니 더러 보입니다.



(글 그림 박영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