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마주볼 수 있는 시간은 자기 홀로 있을 때입니다.
며칠 전, 차창 앞이 흐릴 정도로 큰 소낙비가 내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비가 약해지길 기다렸습니다.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멀거니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비 그치길 기다리다가, 자연이 들려주는 위대한 음악이 있는데 그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래를 끄고 나니 자동차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요란합니다.
어렸을 때 고향집 함석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꼭 닮았습니다.
따뜻한 온돌방에 누워 요란하게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양동이에 빗물 받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 시간을 참 좋아했는데, 그래서 자라면서 늘 비 오는 날을 좋아했는데, 요 근래 잠시 동안 잊고 지냈습니다.
홀로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시간인데, 그것을 두려워했습니다.
대자연 속에 티끌보다 작은 한 점이 되어 거울 속에 자신을 바라보듯 나에게로 돌아와 자신과 마주봅니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던 윤동주의 시(詩) ‘참회록’이 생각납니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윤동주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그 시간도 역시 절대 고독의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잠시 동안 빗소리에, 비가 내리는 풍경에 취해 잊고 있었습니다.
비가 약해졌습니다.
다시 시동을 걸고 비의 노래를 들으며 세상 속으로 달려갑니다.
(글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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