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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뭐 별 것이 있겠습니까?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8.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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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뭐 별 것이 있겠습니까?
꽃이 피면 가장 먼저 알려주고, 혼자 보기가 아까워 같이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사랑이겠지요.
청량산 자락에 진달래가 곱게 피고 가는 길목마다 벚꽃이 한창이라, 당신 손잡고 같이 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사랑이지요.
청량산 ‘응진전’ 가는 길목에 핀 진달래 꽃 한 송이 슬쩍 꺾어다가 당신께 슬며시 드리고 싶었는데, 긴 겨울동안 힘들게 견뎌 겨우 핀 진달래가 애닮아 눈에만 담아왔습니다.

사랑이 뭐 별 것이 있겠습니까?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그곳이 이러이러하다 알려주고, 나중에 같이 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사랑이 아닐까요?
변산반도 내소사 전나무 숲을 같이 걸어들어 가고 싶고, 몇 걸음 옮겨 채석강에서 서해 해넘이를 당신과 같이 바라보고 싶네요.
그저 말없이 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당신 손의 따듯한 체온이 전해지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사랑이 뭐 별 것이 있겠습니까?
맛있는 것을 혼자 먹으면 당신 생각이 먼저 들고, 그 생각이 간절하면 그것이 사랑이지요.
흔한 보쌈정식 하나에도 맛있는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다음에 당신과 같이 다시 찾아야지 식당 연락처 받아가는 것 또한 사랑이겠지요.
당신이 곁에 있었다면,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는 거라고 하면서 당신 앞으로 슬며시 밀어주기 바빴을 텐데.......
나중에 꼭 당신과 같이 다시 찾아와, 당신을 얼굴 마주보며 천천히 같이 식사하고 싶습니다.
허기진 배를 값싼 맷돌순두부 한 그릇으로 때우고 경주 보문단지에 가득 핀 벚꽃 길을 당신 손잡고 내내 걷고 싶은 것, 그것도 사랑이겠지요?

사랑이 뭐 별 것이 있겠습니까?
이렇게 바람 불고 비오면 홀로 창밖을 바라보는 당신이 걱정되는 것이 사랑이겠지요.
어제 밤늦도록 유리창이 요란하게 비바람이 불더군요.
당신이나 나나 홀로 비바람을 바라보며, 당신은 나를 걱정하고 나는 당신을 염려하였겠지요.

사랑이 뭐 별 것이 있겠습니까?
때때로 당신이 보고 싶고, 당신 곁에 오래 머물고 싶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요?
잠시 떨어져 떠날 시간이 되면 이내 다시 만나면서도, 언제 다시 만날까 손꼽아 세어보는 마음이 사랑이 아닐까요?
처음 당신을 만날 때처럼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은 줄어들었지만,
잠시 떨어져 있으면 여전히 당신이 보고 싶고, 같이 있으면 행복합니다.

사랑이 뭐 별 것이 있겠습니까?
늦은 밤, 이렇게 편지 쓰며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사랑이겠지요.

사랑합니다.


(글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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