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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하룻날, 가을을 담아 편지를 보냅니다.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9. 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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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첫날입니다.
다들 어제를 여름이라 하고 오늘부터는 가을이라 하지요.
어제와 오늘이 하루 차이지만 여름은 가고 가을로 접어드는, 한 계절을 구분짓는 날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의 흐름이지만 이렇게 계절을, 한 달(月)을 구분 짓는 경계선에 서면 세월의 빠름을 깊이 느낍니다.

가을입니다.
그렇게 불러도 어색하지 않는 시간이고 날씨입니다.
그러고 보니 하늘이 더 높아 보입니다.
옛 사람들이 가을을 천고(天高)의 계절이라 했는데, 그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가을이 시작될 이 무렵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리지어 피는 맥문동 꽃이 보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소나무 숲과 그 그늘 아래에 가득 피어있는 맥문동 꽃이 보고 싶어서, 부러 상주시 화북면 상오리 솔숲까지 찾아갔습니다.
애써 그곳까지 갔는데....... 소나무 숲과 어울려 가득 피어있어야 할 보라색 맥문동 꽃은 그 어디에도 없네요.
겨우 몇 포기 ‘이게 맥문동 꽃이다’ 하듯 드문드문 귀하게 피어있습니다.
다행히 소나무 숲은 몇 년 전의 모습 그대로 푸르게 빛나고 있습니다.

가을 하늘과 싱그런 소나무 숲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보고 사진에 담아보니 그 아름다움이 이제야 드러납니다.
사람도 소나무 숲과 꽃도 독립된 하나의 사진으로 바라보니 비로소 그 마음과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가까이 있고 늘 함께 하면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내게 되는가봅니다.

오늘은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속에 담아 둔 사람들에게 가을을 담은 편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을 잊지 않고자 가을이 시작되는 날 가을을 담은 편지를 보냅니다.
이 편지가 물리적 거리, 시간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를 함께 메워주지 않을까 믿어봅니다.
늘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어제 보고 다시 만난 듯이 변함없이 그렇게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고 보낸다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어지지 않겠지요?
9월 초하룻날, 편지를 밤새워 고쳐 쓰고 보냅니다.
당신을 잊고 싶지 않아서.......



(글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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