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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지금하세요.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7. 9. 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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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초간정 - 박영오 작 (2017. 9)



다음에 해야지, 내일 해야지 하면서 미루거나 기다리지 마세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지금하세요.
그 일이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어긋나지 않고, 상식적으로 비난 받지 않는 일이라면 생각났을 때 그때하세요.
또 그 일이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면 더욱 서둘러야하겠지요.

제가 태어나고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까지 살았던 고향마을의 우리 집이, 몇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들이 살며 건재했는데, 지난 해 추석날 옛 집이 보고 싶고 늦기 전에 사진에 담아두려고 부러 들렸더니 집은 이미 헐리고 새로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섰더군요.
우리 형제들의 추억이 배여 있는 생가는, 돌아가신 아버님이 청년시절 목수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설계해서 지은 일본식 2층 목조 집이었습니다.
시골마을 장터에 2층으로 번듯하게 자리 잡고, 그 집에서 우리 오형제들이 희로애락을 같이 했는데, 그때만 해도 시골에 2층집이 드물어 친구들이 자주 놀러와 2층 마룻방에서 같이 놀곤 했는데.......
고향마을을 떠나고 나서, 몇 번 주인이 바뀌더니 이제는 그마저 허물리고 그 자리에 3층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고향마을 앞을 지날 때면, 자주 들려서, 우리 아이들에게 아빠가 태어나고 자란 집이라고 알려주면 신기해했는데, 허물어진 집과 함께 추억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미처 사진으로 담아두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고 후회됩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전남 여수 돌산도 끝자락에 있는 ‘향일암’에 꼭 가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길이 멀고 암자로 올라가는 길에 돌계단이 많고 해서 여름에는 조금 시원한 가을에 가야지 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봄에 모시고 가야지 하면서 이 핑계 저 핑계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머니를 모시고 가지를 못했습니다.
이제는 모시고 갈 어머니가 안 계십니다.
업고라도 모시고 갈 걸 후회합니다.

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지금 말하세요.
따듯하게 손잡아 줘야할 일이 있으면 지금하세요.
가만히 안아 줄 사람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지금하세요.
이 글을 쓰며 슬며시 걱정됩니다.
“너나 잘하세요.” 한마디 하겠네요.
제가 뭐, 남들에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요.
이 모두가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지요.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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