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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철없는 사람입니다.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7. 9. 8.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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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도담삼봉 - 박영오 작 (2017년 9월)




낙동강 강변길을 따라 걷다가 보니 이미 여름은 지나가고 있는데, 철 지난 수련이 꽃을 피우고 있더군요.
이내 가을이고 겨울인데..... 철 모르고 핀 수련은 계절따라 지고 말겠지요.

어릴 때에는 부모님께 철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내 나이에 맞는 세상 이치를 모른다는 뜻보다는, 꾀가 모자라 어리숙하다는 뜻이 더 많았겠지요.
아마 영악하지를 못해 또래 친구들에게 늘 손해 보고 자라는 내가 미덥지 못해 그런 말씀을 하셨겠지요.
철없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내가 철이 왜 없어, 알 만큼 다 아는데” 그런 반감을 가졌는데.......

그런데 문득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서른 살 무렵이나, 마흔 살의 나이를 지나며 마치 세상 이치를 다 알았다는 듯이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참으로 철이 덜든 채로 보냈습니다.
세상 이치를 깨닫는데 꼭 나이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 나이에 합당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눈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 알았습니다.
산 속에 들어가면 산이 보이지 않고 산을 벗어나야 산이 보이는 것처럼, 그 나이가 지나고 나니 그 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렴풋이 보입니다.

본래 ‘철’이라는 말은 계절, 즉 한 해의 시작과 끝인 24절기를 뜻한 것이겠지요.
옛 어른들은 24절기를 제대로 알고 이해해서 계절의 오고 감을, 언제 파종하고 어느 때 추수해야 하는지 알아야 비로소 철이 들었다고 판단하겠지요.
그런데 ‘철’이라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영악한 지혜가 아니라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아직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도 부족하고 세상의 이치는 더더욱 깨닫지 못해 여전히 철이 덜든, 철없는 사람입니다.
공자는 50에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 했다는데, 나는 하늘의 뜻은 커녕 눈앞의 이치도 깨닫고 못하고 있습니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지난지 벌서 10년인데 언제 철이 들려는지.......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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