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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이 피는 계절입니다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7. 8.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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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국망봉 산자락에 올랐더니 노랑 물봉숭아, 개망초꽃, 원추리꽃, 나리꽃이 드문드문 또는 무리를 지어 피어있습니다.
여행지에서는 허튼 꽃 한 송이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지, 흔한 들꽃 한 송이에도 감격해 하며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그 가운데에도 고고하게 자리잡은 큰 소나무 곁에, 자신은 주인공이 아니라는 듯 소박하게 산수국이 피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굽고 틀어진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아름답고 가녀리게 핀 산수국은  산수국대로 아름답습니다.

산수국, 오랜만에 만나는 귀한 손님이라 가만히 눈여겨봅니다.
꽃잎 하나라도 제 있어야 할 곳에 있고, 색깔 하나에도 허튼 붓질 한번 없습니다.
수 만년동안 진화하면서 꽃잎을 다시 만들고 다시 채색하여 오늘에 이르렀겠지요.
속 꽃잎을 푸른색이라 하기엔 보라색이 숨어있고 보라색이라 말하기에는 푸른색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속 꽃잎을 빙 둘러 싼, 세 잎 또는 네 잎의 곁 꽃잎은 흰색 바탕에 보라와 파랑이 있는 듯 없는 듯 어렴풋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산수국 마음 속에 어떤 색깔을 품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의 얼굴에 그 아름다움이 배어 나온다고 하는데, 산수국은 얼마나 고운 마음을 가졌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색깔이 배어 나왔을까요.

무슨 꽃이든지 아름답지 않는 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다들 제 나름대로 아름답고 소중한 꽃들이지만,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神이 채색한 듯한 산수국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습니다.
이 아름다운 꽃이 발길이 닿지 않은 깊은 산 속에 있음은 세속의 잡스런 눈길을 피하고 자신을 드러내놓지 않으려고 함이겠지요.
산수국을 바라보니, 하루종일 있어도 사람 하나 찾지 않는 오직 자연만 오고 가는 작은 암자에서 머물고 있는 어떤 스님이 생각납니다.

고고한 소나무 곁에 산수국이 피는 계절입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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