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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겨울 산사(山寺)에서.......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7. 12. 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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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에 눈이 내리고.... - 박영오 작 (2014년 겨울, 100호) 




오래 전, 대학시절 작은 암자에서 공부하며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절집에서 하루의 시작은 어제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됩니다.
작은 암자라 한 분뿐인 스님이 새벽 4시쯤 일어나 도량석을 시작합니다.
도량석이란 이른 새벽, 새벽예불을 올리기 전에 목탁을 울리며 법당 주위와 마당을 돌며 염불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직 어둠에 잠겨있는 산과 숲을 염불로 깨우고 절을 깨우고 잠들고 있는 사람을 마저 깨웁니다.

절집에 기거하고 있는 사람들은 예불에 꼭 참석하는 것이 묵시적인 약속입니다.
공부하는 학생이란 핑계로 게으름이라도 피울 양이면 내 방문 앞에서 전등이 켜질 때까지 떠나지 않고 목탁을 울리며 염불을 합니다.
못 이겨 일어나 새벽 찬공기를 가르며 법당으로 올라가 새벽예불에 동참을 하곤 했습니다.
긴 종소리를 울려 아직 일어나지 못한 작은 미물마저 부추겨 깨워 새벽예불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절을 품고 있는 산과 숲이, 온갖 미물이 새벽예불과 함께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는 듯합니다.

산야에 푸름이 모두 사라진 스산한 겨울이 오면 작은 암자는 깊은 외로움에 싸입니다.
하루해가 다 저물도록 오고가는 사람 하나 없고.......
겨울의 짧은 해는 이내 어둠속으로 들어가 다시 새벽이 될 때까지 산사(山寺)는 깊은 적막 속에 잠깁니다.
못내 사람이 그리워 암자로 올라오는 길이 멀리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서 자주 서성거렸습니다.
달리 생각하면 오히려 그 외로움과 고요함이 숲과 그 속에 살아가는 온갖 생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사람이 그리웠습니다.

오늘 갑자기 작은 암자에서 지냈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땐 작은 산사(山寺)만이 가지는 그 외로움과 적막함이 그렇게 싫었는데 오늘 새삼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하루 종일 기다려도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는 그런 산 속 작은 암자에서 며칠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러면 다시 내가 나에게로 돌아오고 숲과 산 속에 깃든 생명과 친함이 이어지지 않을까요.
꼭 그러하고 싶습니다.
눈 내리는 적막한 산사(山寺)에서......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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