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성암(2018 가을 박영오) -작년에 다녀 온 구례 사성암을 작은 족자에 그렸습니다.
오래전 필름 카메라고 찍어 인화해두었던 감나무 사진을 다시 올립니다.
오두막 화실 곁에 딱 한 그루 자라는 감나무에, 감꽃이 핀지 어제 같은데 벌써 찬서리 맞아 홍시가 되어갑니다.
오두막에 들며나며 감이 익어가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봤습니다.
저 감이 다 익을 때까지 남아있을까 걱정했는데 찾아오시는 분 다들 관심이 없다는 듯 저 혼자 익어갑니다.
무관심이 오히려 다행입니다.
그래도 점점 다홍색이 짙어지면서 장난삼아서라도 누가 감을 딸 것 같아 염려스러웠는데,
단풍들고 낙엽 지더라도 감은 지금처럼 겨울 내내 저 혼자 남아 까치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재넘어 고향집 마당에 큰 감나무가 여러 그루가 있습니다.
지금도 고향집을 찾아가면 집은 허물어졌지만 감나무가 저 혼자 자라고 저 홀로 익어가고 있습니다.
그 나무에 올라가 놀기도 하고 홍시 하나 따려고 높은 가지까지 올라갔다가 야단맞곤 했는데, 이젠 빈집에 잡초만 자라고 그 속에 감나무 저 혼자 외롭게 서 있습니다.
감나무 홀로 산새에게 자신을 모두 나눠주며, 흘러가는 구름과 가끔 찾아주는 산새와 벗하고 있더군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어린시절에 감나무 자신과 친구하며 지낸 나를 잊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가을이 마저 다가기 전에 허물어진 고향집을 찾아서 감나무에 기대서서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어이 친구 잘 있었는가?” 그렇게 한번 불러보겠습니다.
그리고 안아주면 감나무도 자기와 같이 놀던 어릴 적 나를 기억하겠지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다 못해 떠나가려고 합니다.
아쉬움만 잔득 남겨놓고.......
(글 그림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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