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별빛이 흐르는 어느 밤에.....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8. 12. 10. 09:03

본문


구미 금오산 약사암- 박영오 작 (2018)





9월 하순인가?
더위가 물러가고 밤으로는 제법 추위를 느끼는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잠시 나의 오두막 화실을 방문해 밤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간 어느 지인의 소개로, 청춘남녀 두 명이 오두막 화실을 찾아왔습니다.
별을 보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 어디로 데려가면 될까 고민하다가, 나의 오두막 화실에서 바라본 별빛이 생각나서, 인공의 불빛이 최소한만 있는, 밤이 되면 어둠이 깊어지는 나의 오두막 화실을 소개해줘 그들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것도 한 사람은 서울에서 또 한 사람은 대구에서 각각 출발해 스파이들이 접선하듯이 밤늦은 시간에 나의 오두막 화실을 찾아왔습니다.
다행히 그날 하늘은 맑고, 달은 그믐에 가까워서 시리도록 투명한 밤하늘에 별이 가득 내려앉았습니다.
별을 보려고 먼 길을 온 그들을 위해 인공의 불빛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창가에 앉아 따듯한 차 한 잔을 나누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별자리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처음 만난 청춘 남녀이지만 대화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그 둘은 더욱 선명한 별을 조용히 둘만 바라보고 싶다고하며 산기슭으로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그 청춘 남녀는 밤하늘의 별빛 보다도, 별은 그저 둘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요.
난 덕분에 그들이 오두막 화실로 돌아올 때까지 온전히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며 마음 깊이 별을 바라본 것이 몇 번이더라.......


마침 아내도 그날 함께 있어서, 같이 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며, 운 좋게도 길게 꼬리를 그으며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그 밤을 보냈습니다.
때마침 반딧불도 축하비행을 하듯이 우리 곁을 맴돌았습니다.
아내와 나는 별이 전하는 언어를 들으려는 듯이, 혹시 큰 목소리로 말을 하면 별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지 못할까 싶어서 낮은 목소리로, 때로는 침묵하며 귀 기울여 별이 전하는 속 깊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참을 지난 후, 별빛을 마치 꽃다발처럼 가득 안고 청춘남녀가 돌아왔습니다.
그들에게 대접한 것은 차 한 잔과 마음이 담긴 몇 마디 대화뿐인데도, 오랫동안 감사의 인사를 여운 길게 나누고 그들은 돌아갔습니다.
그들이 돌아간 후에도, 아내와 나는 오랫동안 말없이 별을 바라봤습니다.
충만하면서도 긴 여운이 남는 밤이었습니다.

올해 들어서 가장 추운 오늘, 문득 그날이 생각났습니다.



2018년 12월 9일 밤에


(글 그림 박영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