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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섭섭합니다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3. 1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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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출근하는 사람처럼 습관적으로 이른 시간에 잠을 깼습니다.
34년을 몸담았던 교직을 공식적으로 떠난 첫날(2017.3.1.) 새벽입니다.
어제까지(2017.2.28.)만 해도, 혹시 퇴직이 취소돼 다시 출근하라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걱정했습니다.
꼭 군대 제대하기 전날, 제대일이 연기되면 어쩌나 불안해했던 37년 전의 그런 마음이 약간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퇴직을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도 드물지 싶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시원섭섭하다’는 말로 내 마음 전부를 표현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입니다.
우선 편안합니다.
그리고 자유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은 출근해야하는데, 인터넷 행정망 속에 많은 공문이 와 있겠지?
보고서, 계획서, 교재 연구 등등 당장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짓누르던 업무 스트레스로부터, 공적인 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아쉬움 중에 가장 큰 것은, 힘들어도 학생들과 수업하는 그 시간이 좋았는데, 마음을 나누며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그 시간이 이제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 섭섭합니다.
공식적으로 이제는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첫날, 많은 감정이 교차합니다.
복잡한 마음을 인수분해 하듯 정확하게 분석할 수는 없지만, 시원섭섭함 속에 시원함이 90% 섭섭함이 10% 정도라면 될 듯싶습니다.
퇴직하니 어떻습니까?
시원섭섭(시원 90% 섭섭 10%) 합니다.

2017.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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