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 모르겠다.
비 오는 날, 모든 것 다 잊고 쉬는 거지 뭐.
일에 지쳤을 때는 '비나 왔으면' 하곤 막상 비가 오니, 내리는 비 때문에 하지 못한 일을, 미루어 둔 여러 일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삼월 초하룻날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하루 종일 쉼 없이 가만히 가만히 비가 내립니다.
나에게는 사치처럼 여겨지는 원두 갈아서 커피 묽게 내리고 식빵을 따뜻하게 구워서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비가 내려 선물처럼 다가온 쉼을, 그저 쉬면 될 일을 쓸데없이 걱정하는 나를 바라보며 실없이 웃습니다.
우산을 쓰고 물안개 피어오르는 호수를 바라보고, 연못 속 금붕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처마 밑으로 미처 옮기지 못한 장작더미를 별생각 없이 바라봅니다.
오늘따라 즐겨 듣는 대중가요 노랫말이 가슴에 담깁니다.
휴대폰 속에서 아들 딸 내외 사진을 찾아서 바라봅니다.
오두막 화실에서 이틀 밤을 보내고 떠난 조카가 무사히 도착했는지 궁금합니다.
비가 온다고,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렵니다.
비오니 더 보고 싶다고....
(2021. 3.1. 박영오 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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