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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눈이 내립니다.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7. 3. 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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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의상대에 눈이 내리다 - 박영오 작품 2016년 겨울


눈이 내립니다.
눈 내리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동심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첫눈은 첫사랑을 다시 만나듯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눈 내리는 산사(山寺)가 작은 목소리에도 금방 깨어날 것 같은 깊은 적막에 싸여있습니다.
흩날리는 눈발이 점점 짙어져 멀리 계곡 아래가 아득하게 보입니다.
갑자기 산사(山寺)가 외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슬픔과 외로움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요?

빛바랜 단청, 만지면 사그라질 듯한 문살, 단청 속에 희미하게 윤곽만 남아 이미 힘을 잃은 용과 봉황, 허물어져 가는 흙벽, 두 눈을 부릅뜨고 눈을 부라리지만 보아줄 사람도 울려줄 사람도 없는 목어(木魚) 그리고 산사 가득 흩어지는 스산한 눈.......
그 속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발길을 드문드문 옮기는 나도 역시 외롭습니다.
어찌 산사(山寺)가 외롭겠습니까?
그 속에 잠긴 내가 외로웠겠지요.
일주문을 들어서면서부터 내리던 눈이 절을 떠날 때까지 그치질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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