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사에 비가 내리다 (이 또한 지나간다) - 박영오 2014년
거기도 비가 오지요?
여기도 비가 많이 오네요.
하루 종일 굵은 빗방울이 거칠게 내립니다.
전국이 물난리로 야단인데.......
거친 바람소리, 세차게 내리는 비, 길어야 하루 이틀이겠지요.
세상살이도 힘든 일은 힘든대로, 기쁜 일은 기쁜대로 흘러갑니다.
힘든 일은 어떻게든 참고, 기쁜 일은 두고 두고 기억하면 행복이 더 오래 가지 않을까요.
모처럼 아내와 나, 둘만의 시간입니다.
한가하게 아내와 소리 내어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가, 빗소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비 마중을 나갔습니다.
안동댐 안동호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주차를 하고 거세게 내리는 비를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빗소리와 좋아하는 노래, 캔커피 하나, 비 내리는 호수 풍경, 그리고 곁에 사랑하는 사람....... 그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비를 바라보며 아이들 이야기, 가족들 이야기, 이웃집 이야기....... 다들 비슷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눴습니다.
부부 사이에 속내를 풀어내는 것은 역시 언어입니다.
그러나 깊은 속마음의 전달은 언어가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부부사이에 가장 중요한 믿음과 사랑은 치장한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서로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마주잡은 아내의 따뜻한 손과 말없이 바라보는 눈이 천 마디 말 보다 낫습니다.
부부로 살다보면 때로 목소리 높여 싸울 때도 있고 마음에 상처줄때도 있겠지만,
긴 인생을 서로 의지하며 숱한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야하는데, 그 버팀목이 되는 것이 믿음과 사랑이겠지요.
그러나 믿음과 사랑은 말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스며든 또 다른 언어로 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비속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정작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둘 다 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전했습니다.
“여보, 사랑해”
우린 참 촌스런 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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