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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 비를 내리려는 데....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2. 9. 7.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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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한 사람이 아무리 사치하려고 해도 쉽게 되지 않는 것처럼, 게으름을 피우려고 해도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태풍 '힌남노'가 남해안과 동해안에 많은 생채기를 내고 지나갔습니다.

다행히 오두막 화실에는 파초잎에 상처 난 것뿐,, 별다른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이른 아침에 거친 비바람을 뚫고 오두막 화실로 오면서, 거칠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오늘 하루 진종일 쉬면서 미뤄뒀던 책이나 싫도록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점심무렵부터 햇살이 쨍합니다.

마당에 잡초가 그득한데, 정원에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데 마음속에 오늘 하루 쉬려는 유혹이 자꾸 일어납니다.

차라리 비나 계속 내렸으면 마음 놓고 쉬련만,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네요.

애라 모르겠다.

오늘 하루 쉰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안 오는 비를 나 스스로 억지로 비를 내립니다.

오늘은 몹시 비 내리는 날이라 여기렵니다.

그래 이렇게 비 오는 날에는 음악 틀어놓고 누워서 책장이나 뒤적거리는 거지.

그러다가 낮잠 한숨 길게 자고 나면, 이 또한 소박하지만 행복이 아니겠는가.

마음속으로 스스로 비를 내립니다.

오늘 오후에는 오두막 화실 마당에만 몹시 심하게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어? 그런데 강아지들이 유리문 밖에서 누워서 책 읽고 있는 나를 바라보네요.

마치 게으름 피우지 말고 어서 나오라는 듯이 말입니다.

그래, 이렇게 화창한 날에 내 팔자에 무슨......

 

 

 

(2022년 9월 6일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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