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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조금 더 좋아할 뿐입니다.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2. 12. 3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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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내려 며칠 동안 오두막에 홀로 갇혀있었습니다.

굳이 이 공간을 벗어나려고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을 은근히 즐거워했습니다.

눈 속에서 딱히 할 일이 없어 지극히 한가롭고, 적당히 외롭고 땔감과 비상식량은 넉넉하고 읽을거리도 잔득 쌓여있고.......

그리고 내 곁을 맴돌고 있는 보디가드 삼월이와 둘리(우리집 강아지들)가 있어 든든했습니다.

나에게 언제 이런 시간과 이런 적막한 분위기가 주어질까?

어쩌면 올 한해 나름 성실하게 보냈다고 하늘이 준 선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선물이라면 당연히 즐겁게 받아들이자그리 마음먹었더니 신기하게도 몸도 마음도 따라 즐거워지더군요.

 

단지 개인적인 비교우위일 뿐입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선택할 때는, 개인적 취향과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지 나에게는 저것보다는 이것이 조금 더 좋고 더 나을 뿐입니다.

우연히 오두막에 들린 낯선 사람이, “이런 곳에 있으면 외롭지 않으세요?” 물어보더군요.

그냥 웃으면서 "여기서 이렇게 지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살아보니 사람살이에는 최고 가치, 절대적 가치는 거의 없더군요.

대부분이 그냥 조금 더 나은 비교우위일 뿐입니다.

나의 선택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굳이 이것이 최고 가치 절대적 가치임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여기서 지내는 것이 조금 더 좋을 뿐입니다.

그리고 남과 비교하며 순위나 우위를 따질 수 없는 지극히 내 개인적 취향일 뿐입니다.

 

멀리 눈 내린 산야와 호수를 바라보며 조금은 쓸쓸하게 조금은 외롭게,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고 있는 난로에 나무를 넣으며 올 한해 끝자락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해 끝자락에 서서 매년 습관처럼 반복해서 하는 반성과 후회, 아쉬움을 말하기 보다는 그냥 그리워하렵니다.

떠나간 부모님과 형제를 그리워합니다.

반복해 보는 영화처럼 오랜 추억을 다시 끄집어내어 그려봅니다.

추억 속에 남아 점점 잊혀져 가는, 잊고 싶지 않은 오랜 친구 이름을 뇌 속에 반복해 저장해 봅니다.

행복한 추억을 제 기억의 저장고에 담아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아내와 아들딸에게, 그리고 사위와 며느리에게 쑥스럽지만 사랑한다고 조금은 길게 전화하려고 합니다.

 

 

2022년 한해의 끝자락에 서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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