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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폈다기에....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3. 2. 2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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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겨울 끝자락, 남쪽 어디선가 봄꽃 폈다는 소식 전해 오기에 동백이 가장 일찍 핀다는 남쪽 바다 어느 섬을 찾았더니 동백은 아직 일러 드문드문 겨우 몇 송이 피었더라. 누구는 흐드러지게 핀 동백을 머리 위에 가득 이고 다니고 수북하게 쌓인 동백을 차마 밟지 못해 피해 다녔다 자랑하더니만, 그런 동백 삼대가 적선해야 볼 수 있는 건가 싶다. 다행히 걸어가는 길목에 몇 그루 홍매 청매 매화꽃 점박아 두고 향기로 어루만져 준다. 매화로만 성에 차지 않아 지심도 구석구석 다 찾아다녀도 동백은 부끄러운 섬처녀 마냥 꼭꼭 숨어 숨바꼭질한다. 몇 해 전에는 풍랑으로 뱃길 끊어져 발길 돌렸더니 올해는 꽃피는 시기 일러 꿈에 그리던 동백이 멀리 있다. 제갈공명도 아닌 것이 삼고초려하게 해 아파오는 무릎 잘 간직해 뒀다가 내년에는 꼭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을 보리라. 아서라, 때 되면 제 알아서 피고 제 알아서 지는 꽃인 걸 마음 급한 노인네가 성급하게 꽃만 나무라고 있구나. 돌아갈 뱃길이 몇 시더라 궁시렁궁시렁거린다.

 

2023년 2월 23일 글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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