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1일,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 하루 전날입니다.
그리고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기도 합니다.
오두막을 잠시 비운 사이에 밤새 눈이 내리고 얼어서 오두막 화실로 가는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이 지방으로는 거의 폭설 수준이며, 4년 동안 지내며 처음 겪는 일입니다.
우리집 강아지들이 혼자 있는데, 못난 주인 오기를 밤새 기다렸을 텐 데.....
아침무렵 승용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갓길에 주차를 하고 걸어갔습니다.
그까짓 것 두 세 시간 걸으면 되겠지 싶어 눈길을 걸었습니다.
오직 나의 발자국이 처음인 눈길을 배낭을 메고 천천히 걷는 맛이 유달랐습니다.
두 다리가 아파올 무렵, 멀리 오두막 화실이 보이는 곳에 도착해서, 우리집 강아지들 이름을 크게 불렀습니다.
“삼월아” “둘리야”
두 놈이 내가 쓰러질 정도로 달려와 내 품에 안겨 거칠게 환영식을 해주더군요.
평상시 같으면 옷 버린다고 야단치며 뒤로 물러섰을 텐데, 오늘은 코끝이 시큼해져 아이들의 거친 환영식을 한참동안 받으며 잠시의 이별을 위로해주고 한참동안 꼭 안아줬습니다.
두 아이 주려고 제법 큰 생닭을 배낭에 메고 왔습니다.
그래, 오늘은 이 닭을 푹 고아서 같이 나눠 먹으며, 눈 가득한 산속 오두막에서 2022년 동짓날 긴긴 밤을 우리 셋 서로 온기를 나누며 같이 보내자.
너희가 있어 이 밤이 길지도 외롭지도 않겠구나.
(2022년 동짓날.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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