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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나도 그렇게 되더라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23. 1. 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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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살아보니 그렇더라.

우리 아버지 나이 드시고 후줄근하게 옷 입고 다시니고, 할아버지 냄새 풍기실 때 나는 나이 들어도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살아보니 나도 점점 그렇게 되더라.

몸만 청결하면 되지 겉에 걸치는 옷이 무슨 대수냐 그런 생각이 들어 편한 옷 쉽게 입을 수 있는 옷만 찾아서 반복해서 입다가 보니, 그리고 버리기 아까워 오래전에 입던 옷 그냥 입고 다니니 후줄근한 패션이 되더라.

영감 냄새 날까봐 일부러 자주 씻고, 땀 흘리고 찝찝한 기분을 참지 못해 자주 씻어왔지만 겨울 들어서 땀 흘리지 않고 춥다는 핑계로 씻는 것도 은근히 귀찮아지더라.

이러다 보면 나도 영감 냄새 풀풀 풍기면서 다니지 싶다.

이제 곧 손주들 태어날텐데 그러지 말아야지 한다.

 

살아보니 나도 그렇게 되더라.

했던 이야기 잊어먹고 또 하고 또 하게 되더라.

마치 어제 일 같아서, 마치 처음 하는 이야기인 줄 알고 옛날이야기를 반복해서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게 되더라.

나이 들면 새로운 경험은 줄어들고 과거의 경험은 살아온 세월만큼 쌓여있으니까 과거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게 되는구나.

부모님 살아계실 때, 전에 했던 이야기를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부모님 라떼 이야기를 들어드렸는데,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다.

살아보니 나도 그렇게 되더라.

 

설악산 용아장성, 봉정암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몇번이고 반복해서 그리는 소재 중에 하나입니다.

설악산 봉정암과 대청봉에 올랐던 이야기를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수없이 했을 것 같습니다.

내 머리속에는 어제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져, 나 때는 말이야......

 

2023년 1월 5일 박영오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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