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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입니다-소수서원1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23. 2. 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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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믿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을 70호 정도 크기의 수묵 산수화로 담고 있습니다.

아직 시작 단계이며 언제 완성될지 까마득합니다.

소수서원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몇 번으로 나눠서 시간의 순서대로 옮겨보려고 합니다.

 

야외 현장에서 할 수 없는 제법 큰 그림을 실내에서 그릴 때, 수묵화로 담을 한지를 화판에 붙일 때, 그때가 가장 좋습니다.

미리 스케치를 해뒀거나 사진으로 담아 온 여러 소재 중에 하나를 고르고, 그림 그릴 소재에 맞게 적당한 크기로 한지를 자른 다음, 벽에 마련해 둔 화판에 한지 종이를 붙일 때 그때가 정말 마음 설렙니다.

붓질 한번 하지 않은 흰 종이를 바라보며 슬며시 눈을 감고 완성된 작품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보는 그때도 역시 마음 설렙니다.

목탄이나 연필로 그려야 할 풍경의 윤곽선을 미리 긋지 않고 마음속으로 긋거나 복잡한 구도일 때는 대충 종이 위에 선 몇 개, 점 몇 개를 찍어 미리 그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해둡니다.

그래서 때로는 실패한 작품일 때도 있고 전혀 의도하지 않은 구도의 작품이 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아주 정교한 부분은 연필이나 목탄으로 미리 윤곽선을 그려놓고 하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실패한 작품도 많고 전혀 의도하지 않은 작품이 완성될 때도 있습니다.

마음 설레며 시작한 그림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힘들어집니다.

그럴 땐 커피를 내리거나 차 한 잔 마시며 쉬어갑니다.

차 마시며 그리고 있는 그림을 한참을 바라보면 부족한 부분이 보이고 다음 붓질할 곳이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더 많이 힘들고 가야할 방향을 잃어버렸거나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때는 며칠이고 쉬어가기도 합니다.

앞선 선배님들은 이럴 때 어떻게 표현했을까 살펴보기도 하고, 그래도 도저히 안 풀리면 은사님(범정 강민수 선생님)을 찾아뵙고 자문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고민 고민하다가 보면 다행히 붓이 가야 할 길이 떠오르거나 보이고 다시 표현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붓을 들고 그림 그리는 그 순간이 힘이 들지만 어려운 만큼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화판에 종이를 붙이고 붓을 들기까지가, 시작하는 그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해서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뿌듯함도 있지만 아쉬움도 무척 많습니다.

작품 속에서 남들이 찾지 못하는, 내 눈에만 보이는 서툰 흔적과 아쉬운 붓질이 많이 보입니다.

아마 많은 화가들이 나처럼 그러하지 싶습니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지나서 구석에 말아뒀던 작품을 다시 보면 의외로 놀라며 내가 이 그림을 어떻게 그렸지매우 만족하는 그런 마음이 들 때도 가끔은 있습니다.

아주 드물게 말입니다.

 

소수서원 작품 아직 가야할 길이 까마득히 멀었습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나는 그 말을 믿습니다.

 

2023년 2월 7일 박영오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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